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1
사람의 마음도
새벽처럼 다시 맑아질 수 있을까?
새벽 공기는 이상하다.
찬데 따뜻하고
고요한데 묘하게 살아 있다.
아직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은 시간이라
세상 전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창문을 살짝 열면
차갑고 선명한 공기가 먼저 들어온다.
밤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지만
그 위에 새로운 하루의 냄새가 얹혀 있다.
그 공기를 한 번 깊게 들이마시면
마음속 먼지가 가볍게 내려앉는 것 같다.
ㅡ
새벽은 누가 부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어두운 감정을 몰래 닦아주고
복잡한 생각 위에
얇고 투명한 평온을 덮어준다.
어제의 후회도,
오늘의 걱정도,
아직 이 시간엔 힘을 쓰지 못한다.
세상이 움직이기 전의 텅 빈 틈에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속도를 되찾는다.
사람들은 흔히 ‘아침형 인간’을 부러워하지만
새벽의 아름다움은 능률과는 조금 다르다.
이 시간은 성취보다 ‘정화’에 가깝다.
무언가를 이루는 시간이라기보다
무언가를 흘려보내는 시간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새벽 공기를 핑계로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본다.
어디가 무거운지,
어떤 곳이 아직 시큰한지,
무엇을 놓아야 좀 더 가벼워질지.
ㅡ
오늘 새벽도 마찬가지였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
창틀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
희미한 온기까지 그대로 마셨다.
그리고 잠시,
내 마음도 새벽처럼 맑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