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0
정말 모든 주름이 다림질로 펴질까?
오늘 옷장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셔츠 하나를 꺼냈다.
몇 번이나 다림질을 해도
끝내 펴지지 않는 주름이 남아 있는 셔츠였다.
처음에는 그 주름이 조금 신경 쓰였다.
매끈해지면 좋을 텐데,
그렇다고 버릴 만큼 낡은 것도 아닌
애매한 구김.
그런데 한참 들여다보니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세탁으로도 다림질로도
지워지지 않는 ‘흠’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이 남긴 흔적에 가까웠다는 것.
ㅡ
이 셔츠를 입고 지나간 골목.
급히 접어 가방에 넣었던 어떤 하루.
무심코 걸어둔 채 잊고 지냈던 계절들.
그 모든 순간이 층층이 쌓여
이 주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음도 그렇다.
아무리 조심해도
쓸쓸함이 남긴 자국,
무너졌던 밤의 그림자,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흔적이
어딘가에 ‘주름’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걸 억지로 펴려고 할수록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없는 척 지우려 할수록
되려 지울 수 없다는 사실만 또렷해지고.
그래서 셔츠를 다시 접으면서
나는 조용히 인정했다.
펴지지 않는 주름도 괜찮다고...
그건 흠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무늬라고.
ㅡ
오래된 셔츠의 주름은
이상하게 마음의 주름과 닮아 있었다.
서툴게 버틴 날들,
쉽게 잊히지 않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셔츠가 더 이상 낡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따뜻했다.
https://pin.it/6gvOV1y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