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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식을 때쯤 마음도 진정된다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9

by 마리엘 로즈


방금 내린 커피는 뜨겁다.


입김이 피어오르고
커피 향이 공기 속을 천천히 채워간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정작 그 맛을 오래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잔을 내려둔다.


식어가는 그 사이가 좋다.


향은 부드러워지고
맛은 조금 더 진심을 드러낸다.



가끔은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뜨거울 땐 불안하고

조급하고

과하다.


사랑도 분노도

그 열기 속에선
본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온도가 조금 내려앉으면
그제야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보인다.


격한 감정의 거품이 사라지고
남는 건 진심의 향뿐이다.



커피가 식는 걸 기다리는 일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연습과 닮아 있다.


조금 기다리면
너무 뜨거워 잡지 못했던 잔도
두 손으로 감쌀 수 있게 된다.

오늘의 커피는
조금 식은 후가 더 맛있다.


마음도 그렇다.


식을 줄 알아야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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