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미용실에선 컷트 를 하고, 파마를하고, 염색을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컷트하는 시간 을 굉장히 좋아한다.
초디(초급디자이너) 때는 잘라내는것에만 열심히 였다면 ,
지금은 어떻게 예쁘게 머리카락을 남겨놓을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집중해서 머리를 자르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간이 참 좋다.
컷트의 과정을 설명해보자면
상담을하고 ( 고객님과모발의 “이야기” 를 이해하고) - 구상을하고 (“이야기” 의 해결책 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표현 할 뼈대 를 만들고 ) -
컷트를하고 (잠시 그 사람이 되어 고객 을( 상대 를 )이해하는 과정)
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
첫번째 중요한건 상담 과 구상 단계 에서
그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것이다.
어릴땐 이게 그렇게 어려웠다.
‘아니 머리숱이 이렇게없는데 저머릴 어떻게 해달라는거야?‘
’아니 손질도안하면서 저머릴 어떻게 해달라는거야?‘
내가 더 많이안다는 오만방자한 마음으로
상담 을 하니 제대로 된 구상이 절대. 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이 사람’ 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기게되고
고객님 과 거울앞에 마주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이 되어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고객님께 좋은쪽으로 구상이 잘되었다.
매일이 불안하여 가치관이 제대로 설수없었던 사회초년생의 나는 바나나 를 찾아 숲속 이리저리 흥분해 날뛰는 원숭이 같았고 [-초역부처의말 글귀 를 인용] ,
사람이란 것 자체가 싫어 언젠간 타노스같은 존재가 인류를 좀 박살내주길 바랬던 나에게
하루에 몇번씩 찾아오는 컷트하는 그 시간이
나도모르게 잠시나마 상대방 이 되어
이해 할 수 있는 수행 같은 시간이 되었다.
묵묵히 상대방 이야기 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 살면서 일어날 갈등의 절반이상 은 없앨수 있을것같다.
또,상대방을 이해하는만큼 내 자존감도 튼튼해져 주변의 노이즈 를 알아서 차단할수있게되니
돈안들이고 멘탈관리 되는 최고의 방법 은
“아 그럴수있겠네” 라는 태도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