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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라빛향기

보라빛향기

by 가은

고등학교 3년내내 같은반. 그친구는 1번 나는 2번.

같이 무리지어 놀기는 했으나

베스트프렌드 까진 아니었고.

가끔, 하지만 꾸준히 연락은 하던 친구.


확실한 자기가치관 이 뚜렷하게 보이던 친구.

하얀피부에 주근깨 가 매력적 이었던 친구.

공부 를 잘하거나 학교생활 을 성실히 하던 친구 는

아니 었지만 한번씩 “아..!” 하고 깨닫게 해주던 친구 가 있었다.




결혼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에 와서 미용실을 차렸다.

오픈2년차에 임신을 하게 됬는데

임신의 기쁨 보다는 미용실 은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더 앞섰다.

내가 일 하지 않으면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도중에 쉬어버리면

다시 자리잡기가 어려울것같았다.


출산후에 바로 일을하기로 했고,

내 아기도 태어난지 90일 만 에 어린이집에 가야만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고 괜히 남편 탓 하게 되고

미운마음만 짓고 살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친구는 2년정도 먼저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던 때 였는데 어쩌다 연락이되서 이런저런 푸념을 했다.

애키우기 너무힘들다. 지친다. 너는 오빠가 외국에 있어서 완전 독박인데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거냐 뭐 이런이야기.


그때 그친구는 역시나 덤덤하고 의연하게

“내가 낳았으니까 키워야지! 얘 는 태어나고싶지않았을수도 있잖아! 내가 태어나게한거니까 책임져야지 ㅋㅋ”

.

.

맞아 맞는말이야.

임신했다고 축하선물 은 내가 다 받고 이제와서 힘들다 어쩌다 핑계대면 안되지..그럼 안되고말고.


나름 워킹맘으로 멘탈이 흔들릴때마다

친구말을 생각했다. 누군가한테 내친구가 이런 명언 을 날려주어 내가 여지껏 애를 잘 키울수있었다. 말한적은없다. 하지만 정말 힘들때마다 그날 친구의 카톡 을 생각했다. 내 선택에 의해 세상에 태어난 너를 두고 힘들다는 핑계는 대지않겠다! 말이다.



그런 고마운친구가 또 한번 나를 깨닫게 해주었다.

시간은 절대 무한하지않다는것

나의 ‘생‘ 이라는건 언제든지 아무것도 없는 고요 속 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것,

지금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져 어둠에 가려지기 직전일수도 있다는것을.



고마워. 보라야

그곳에서 평안하길 바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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