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2026년 1월 9일. 계엄을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군인들이 별을 달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앵커는 안성기 씨의 군번을 또박또박 읽는다. 영화 실미도에서 군인으로 분장한 모습과 실제 군복무 당시 사진이 함께 화면에 비친다.
우리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방학마다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학기 중에도 간간히 남한산성을 오르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방태산, 선자령, 지리산, 한라산 등 1년에 두 곳씩 우리나라의 산을 올랐다.
2019년부터 시작한 동행은 올겨울 잠시 멈추었다.
동료 남편의 발병 때문이다. 작년 여름, 소백산 연화봉제2대피소에서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 후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
군인인 그녀의 남편은 생애 처음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했고, 위암진단을 받았다. 지금 항암치료와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다.
함부로 위로도 할 수 없고, 병문안도 하지 못한다. 그녀가 얼마나 남편과 친밀한 지를 아니까. 그녀가 얼마나 당당하고 의연한지 알기 때문이다. 발병 후 겨우 문자 몇 번 교환한 것이 전부다.
산행 중 대피소를 우리 둘이서 독차지한 곳이 두 곳이다. 덕유산 삿갓재대피소는 눈소식으로 다들 등산을 취소한 때문이고, 소백산 연하봉제2대피소는 폭우 때문에 등산객이 없어서 오직 우리 둘만이 그곳에 머물렀다.
우리는 계획을 하면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출발을 한다. 두 번의 경우도 날씨가 우리를 막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위로랍시고 이런 문자를 보냈다.
"지난여름, 소백산에서 하산할 때 말이에요. 샘이 미끄러졌을 때, 그 소리를 들었지만, 뒤돌아서 아는 체를 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샘이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서요. 지금도 제 마음이 그래요."
그녀의 답변에 나는 안심한다.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 없으니 무심히 쾌유를 기원할 뿐이다.
"24시간 붙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6.1.10.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