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엄마가 보고 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급훈이다. 중학교 아이들이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으로 이해를 해보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자신을 위해 공부해야지 엄마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그러다가 엄마와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공부를 때려치울까 봐 위태롭기도 하다. 그 학급에는 엄마가 안 계신 아이도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도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도 누구를 의식한다는 것도 그렇고, 대놓고 든 몰래이든 누구를 지켜본다는 것도 개운한 느낌은 아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
이런 급훈도 있다. "너 좋자고 공부하는 거지 공부해서 남 주냐"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집은 발상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이지 않은가. 기특하기도 하고, 인류애가 느껴져서 좋다.
'연마'
딸아이의 고등학교 2학년 때 급훈이다. 학부모총회가 끝나고 아이들의 교실을 찾아가 각자 자녀들의 책걸상에 앉아 애틋한 마음이 되어 담임 선생님을 기다릴 때였다. 칠판 위 좌측에 걸려있는 급훈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나는 뵙지도 않은 담임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었다.
갈고 닦다.
나는 연마라는 단어가 그 어떤 말보다 숭고해 보였다. 그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목표를 정하고 성실하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
연마라는 급훈은 그반 아이들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이고, 담임 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을 열심히 지지하겠다는 의지로 다가와 나는 마음이 놓이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요즈음 나는 연마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난생처음 헬스장에 등록했다. 1년은 너무 긴 것 같고, 6개월을 등록했는데, 감기 때문에 삼주 정도 빠진 걸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사나흘을 꾸준히 나간다.
15분 정도 기계를 이용한 근력운동을 한 후 45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걷다가 달리다가 다시 걷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런 후 근력운동을 다시 하는데, 이때는 처음과 느낌이 다르다. 중량이 안 느껴진다. 전혀 무겁지가 않아 가볍게 무게를 이겨낸다. 기분이 좋아지고, 헬스장 가는 게 기다려진다. 연마의 효과다.
그런데 나는 러닝머신에서 45분을 확인해야 내려오는데, 이것도 38년간 연마한 효과일까? 중학교의 한 시간 수업이 45분간 진행된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연마할 것인가 생각한다.
2025. 12. 12.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