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한다 Mar 04. 2024

평가가 두려워 시작조차 힘든 그대에게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가래떡, 반죽된 쌀을 넣은 만큼 늘씬하고 먹음직스럽게 쭉쭉 뽑을 수 있는 거고 그게 결국 우리네 인생이란 거죠. 인풋 대비 적정한 아웃풋이 나오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멋진 이 말을 우리의 글쓰기로 옮겨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타자를 열심히 치고 두드리는 만큼, 정성과 힘을 들인 대로 분량이 그대로 나오고 어느덧 빼곡이 a4용지 가득 글이 채워집니다. 근데 여기서 방해꾼은 늘 등장합니다. 바로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에 지레 겁먹는 또 다른 우리


완벽주의는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거나 너무 뜯어고치려 들거나 그러면 시간을 잡아먹어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거나 영영 글을 쓸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쨌거나 눈 딱 감고 우리 감을 믿어야 하고, 과감하게 지르고 보는 거죠. 그리고 외쳐봅니다. “뭐 그러든지 말든지“ 철저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일단 써보는 거예요. 즉 타인의 감정 말고 본연의 일, 글쓰기에 포커스를 맞추면 해결될 일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생활과도 같습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일과 인생>에서 상사가 화를 내어도 그 상사의 ‘감정’에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하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누가 말하느냐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을 말하느냐에 주목하고, 그게 납득이 되면 고치면 되는 거고요. 상사의 감정에 휘둘릴 게 아니란 거죠. 진정한 프로 상사 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의 감정에도 휘둘리면서 일하지 않다는 것을 잘 상기하면서 말이죠.


누군가를 향한 글쓰기라면 쓰던 그 문장에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면 내 손을 떠난 겁니다. 평가는 읽은 이가 나중에 하는 거죠. <굶주린 마흔의 생존독서>를 읽고 어떤 책방주인이 쓴 블로그의 글을 보고 흐흐 웃었던 게 기억나는데요. 그의 평가인즉슨 “필력을 좀 더 보강해야겠다.”였습니다. 그 책방주인은 얼마나 수려한 글들을 많이 읽어봤는지 모르겠지만, 내 책은 딱 그에게 그 수준이었던 모양입니다.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수많은 책 중에 읽고 수고스럽게 블로깅을 해 준 그 수고가 참으로 고맙기도 해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필력 보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요.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뭔가를 하는 우리는 결국 잘 살아가기를 바라며,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려고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에 일단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이윽고 실행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참에 단연코 내 행복이 중요하지 남의 시선을 벌써부터 짐작해서 겁먹을 필요까진 없잖아요. 그건 그걸 하고 싶지 않은 핑계나 변명 밖에는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 걸 토달기 시작하면 우리는 영원히 시작할 수도 영원히 끝맺을 수가 없어요. 또한 일일이 상사나 동료, 지인이 하는 말의 감정에 (사실보다) 세세하게 반응하고 신경을 쓴다면 우리는 아마도 미쳐죽을 지도 몰라요. 그렇게 회사생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파묘>의 최민식 배우가 며칠 전에 본 tvN <유퀴즈>에서 그러더군요. 일단 고! 라고요. 지치고 힘들고 일에 상사에 가족에 치일 때 빈 한글문서 하나 띄워놓고 딱 째려보세요. 막 쏟아붓고 싶으실 겁니다. 언제 그랬듯 타자 위에 나의 손은 춤을 추겠지요. 나 역시 그렇게 글을 시작했답니다. 갈팡질팡하는 내가 너무 밉고 마치 바보같이 느껴질 때 진정하고 블랙티 한잔 따뜻하게 해놓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가볍게 손운동을 해보는 겁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시작하시면 되어요. 당장 이 말부터 적어보세요. 못먹어도 고!

작가의 이전글 톤이 중요한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