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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미소 Dec 24. 2024

받아 들임의 과정

윌리엄스 증후군 너는 뭐니?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열어보니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예설이의 눈 주위로 손톱 때문에 패인 자국이 보였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와이프에게 바로 전화를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귀찮게 했는데 그 아이가 뒤돌면서 얼굴을 잡았는데 손톱이 길었던 모양이라고 했다. 너무 당황스러운 마음에 바로 오후 반차를 내고 정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예설이가 불편한 행동을 자주 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의 눈 근처가 흉터가 생길정도인데 말을 너무한다 싶어서 통화하고 있는 와이프 전화를 뺐어서 따져들었다. 예설이는 사시가 있었기 때문에 전년도에 사시수술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상당히 예민했었다. 원장의 사과를 받고 면담을 진행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예설이의 상태를 의심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발달지연테스트를 받아 보기를 권장했다.

우리 부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애가 조금 늦게 뗀다고 그런 의심을 하냐며 또 한번 분노를 표출 했다.

그 날 밤은 잠을 잘 이루지 못 했다. 솔직히 의심을 안 하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늦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했다.

예설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다운증후군 의심 진단을 받았었으며, 태어날 때는 저체중으로 인하여 중환자실에 한달 동안 입원해 있어야 했다. 돌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그 이후로는 걷는 것도 늦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와이프에게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발달지연 테스트를 받고 그 이후에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으로 진행하자고 말이다. 와이프도 동의를 했고 우리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설이는 바로 심리센터를 방문하게 되고 발달지연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느리다는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원장님이 추천해주신 어린이집에 지원서를 넣고 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어린이집에 바로 TO가 나와서 새로운 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그 사이에 이런저런 내용들을 알아보다가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는지를 물어보았다.

이유는 심리상담센터에서 현재는 6개월에서 1년이 느리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생긴 발달지연이라면 그 격차는 고학년이 되어가면서 더 커질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예설이는 그 다음 해에 바로 서울대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 등을 받게 되었고, 검사 결과는 7번 염색체 미세결실, 윌리엄스 증후군 이라는 병명이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병명이었다. 다운증후군도 아니고, 윌리엄스 증후군? 속으로는 ‘윌리엄스 증후군 너는 뭐니?’ 라고 이야기 했다. 염색체 미세결실은 회복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증상도 다양하다고 한다. 거기다가 발견된지 10년정도 밖에 안 되서 예후도 많지 않으며, 우리나라에도 2천여명 정도 밖에 안 되는 희귀병이라고 한다.

발달장애와 장기쪽에도 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사회 활동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지 알았다. “100명 중에 1명이 나올까 말까하는 희귀병을 갖게 되다니”, 하나님 왜 저인가요?, 왜 저에게만 이러시나요? 지금까지의 삶도 편하게 살게 해주신적이 한 번도 없으셨잖아요. 그런 저한테 아이까지 이러면 너무 잔인 하신거 아닌가요? 라며 원망 섞인 기도를 했다. 여느 부모처럼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기에 힘이 들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고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너무 원망스럽고 한탄스러운 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 때 나를 어둠 속에서 건져 내 준 것이 바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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