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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Mar 18. 2023

제102화 : 겨울에 돌은 어떻게 지낼까?


   * 겨울에 돌은 어떻게 지낼까? *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서울 사는 초등학교 다니는 ‘라온’이 경주 산골 할아버지 댁에 놀러 왔습니다. 온이는 할아버지 댁에 와 너무 신납니다. 할머니도 뵐 수 있지만 산길 걷다 보면 다람쥐, 고라니, 꿩은 물론 너구리도 가끔 보니까요.
  서울대공원에 가면야 동물은 언제나 볼 수 있지요. 산골에서 볼 수 없는 기린, 사자, 호랑이, 곰도 볼 수 있지만 그 동물들은 우리에 갇혀 있잖아요. 온 산을 자기 놀이터 삼아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다니며 사는 야생동물을 보는 건 쉽지 않잖아요.


  오늘도 온이는 할아버지를 따라나섰습니다. 어제부터 뚝딱뚝딱 뭔가 만드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 세상에! 썰매가 눈앞에 놓였습니다. 썰매, 스케이트는 가끔 타봤지만 썰매라니요. 할아버지가 만든 썰매는 눈썰매장에서 타던 썰매와는 또 달랐습니다.
  조금 덜 예쁘긴 하지만 거기 앉아 타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들고 가려는 걸 온이가 먼저 들고 달내 계곡에 내려갔습니다. 계곡엔 얼음이 신나게 얼었습니다. 신나게 언 얼음 위에 썰매를 내려놓고 신나게 탔습니다.




  썰매가 달리자 산도 달리고, 나무도 달리고, 바위도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탄 온이도 달렸습니다. 아래위 갔다 왔다 걸린 시간이래야 고작 1분도 안 되었습니다만 한 시간이나 더 된 것처럼 신이 났습니다
  열 번이나 더 탔을까, 그제사 주변에 있는 나뭇잎 서걱대는 소리가 들렸고, 얼음 아래 노는 버들치도 보였습니다. 온이가 꽁꽁 언 얼음 아래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버들치를 보니 너무나 신기해 할아버지께 묻습니다.

  손녀 : 할아버지, 물 위에는 얼었는데 저 아래 물고기들은 돌아다니네요. 어떻게 꽁꽁 언 얼음 아래를 다닐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 : 나도 가끔씩 하느님의 배려에 깜짝 놀라곤 한단다. 강물이 얼 때는 위에부터 얼지 뭐니. 게다가 적당한 만큼 얼면 더 얼지 않는단다.


  손 : 아 그래서 물고기들이 살 수 있군요. 하느님은 좋은 일을 참 많이 하시는군요.
  할 : 세상엔 가끔 보이지 않는 손의 배려로 우리가 편히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단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다가 바람이 가라앉고, 꽃이 피면 열매 맺고 또 잎이 떨어지고...




  썰매 타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계곡 쪽 언덕에 잎이 다 떨어진 떡갈나무가 보입니다.
  라온이가 또 궁금해서 묻습니다.

  손 : 할아버지, 나무들은 겨울이 되면 왜 다 잎을 떨어뜨릴까요. 계속 달려 있으면 보기 좋을 텐데...
  할 : 그렇구나. 나도 나무가 겨울에 잎을 달고 있으면 좋겠다 여겼단다. 헌데 이제 생각 바꾸었어.

  손 : 어떻게 말이에요?
  할 : 네가 공부 열심히 하다가 잠시 쉴 때가 있잖아. 또 네 아빠가 회사 다니다가 토요일 일요일은 쉬기도 하잖아. 왜 그러지?

  손 : 계속하면 너무 힘들잖아요.
  할 : 나무도 그렇단다. 나무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단다. 특히 겨울이 되면 나무에 꼭 필요한 물이 부족한 데다 봄 여름 가을 열심히 일한 바람에 쉬려고 잎을 떨어뜨린단다.


  한 번 질문하니 온이에게 궁금한 일이 마구 솟아나는가 봅니다. 다시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손 : 할아버지, 겨울이 되면 개구리도 보이지 않아요. 여름방학 때 여기서 많이 보았는데...
  할 : 참 그렇네, 개구리뿐 아니고 보이지 않는 동물이 많네. 개미도 나비도 벌도. 어째서 보이지 않을까?


  손 : 너무 추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할 : 제대로 알고 있구나. 날이 추워지면 동물의 체온도 떨어진단다. 그래서 밖에 살려면 견딜 수 없어 따뜻한 땅속이나 굴로 들어가 잠을 잔단다.




  손 : 혹 먹을 게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요?
  할 : 아이구 우리 라온이, 정말 똑똑하구나! 맞아, 겨울에는 먹이도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잠을 자야 해. 잠을 자면 안 먹어도 되고.

  손 : 그런데 할아버지,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할 : 뭔데?

  손 : 저기 있는 큰 바위 보이잖아요. 바위가 너무 추워 보여요.
  할 : 아 그렇구나. 우리 온이 눈에는 바위가 추워 보이는구나.

  손 : 옷을 입혀 줬으면 좋을 텐데...
  할 : 참 좋은 말이야. 돌도 사람처럼 겨울에 옷을 껴입으면 덜 추울 테지. 그런데 사실 돌에게도 옷이 있단다. 저기 저 돌을 봐. 빛깔이 이상하지?

  손 : 네, 겉에 거무튀튀한 게 묻어 있어요.
  할 : 그게 바로 돌의 옷이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끼’라는 애야.

  손 : 이끼요?
  할 : 그래 이끼를 옛날 사람들은 ‘돌옷’이라고 했단다. 돌이 걸치는 옷이란 뜻으로.




  손 : 아, 그래서 돌은 겨울에도 저렇게 당당하게 서 있네요. 저는 돌이 춥지 않도록 뭔가 덮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할 :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가 돌을 더 씩씩하게 만든다고 봐.

  손 : 돌은 정말 씩씩해요. 세상에 가장 씩씩한 친구인 거 같아요.
  할 : 맞아. 그래서 돌은 깨뜨려도 울지 않고 비바람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손 : 아 그런가요, 저도 돌처럼 살고 싶어요.
  할 : 그래 살아가면서 무엇을 본받고 싶다고 여기면 네가 바로 그가 될 수 있어. 돌이 되고 싶으며 돌이 되고, 바람이 되고 싶으면 바람이 되고...

  달내 마을에서 주고받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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