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 모죽지랑가
♤ 향가 이야기 ♤
- 제8편 「모죽지랑가」 -
제7편 「찬기파랑가」가 화랑을 찬양하는 노래였다면 이번에는 화랑을 추모하는 노래를 보내드립니다. 「모죽지랑가」는 향가 4구체, 8구체, 10구체 세 가지 형식 중에서 처음 다루는 8구체입니다. (이 세 가지 형식 나눔에도 여러 이론이 있음)
일단 이 노래의 제목을 두고 여러 이론이 오갑니다. 양주동 님은 ‘모죽지랑가’, 일본인 오구라 신페이는 ‘득오곡모랑가(得烏谷慕郎歌)’, 김선기 님은 ‘다기마로 노래’, 김사엽 님은 ‘대마로가’ 혹은 ‘죽지랑가’ 등으로 부르자고 했습니다.
먼저 배경설화부터 봅니다.
“화랑의 우두머리 죽지랑의 부하에 득오(또는 '득오곡' '득오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열흘 가까이 나오지 않으므로 죽지랑이 그의 어머니를 불러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득오가 갑자기 부산성(富山城 : 경주 근처 건천에 있는 ‘오봉산성’)의 창고지기로 급히 임명되어 미처 인사도 못하고 떠났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죽지랑이 일부러 낭도들을 데리고 득오곡을 위로하러 가서 그쪽 대장(‘익선’)에게 휴가 좀 내 달라고 했으나 듣지 않았다. 마침 그때 죽지랑의 인품을 아는 이가 와서 도움(뇌물)을 줘 겨우 득오곡을 빼내게 되었다. 후에 이에 감동한 득오곡이 죽지랑을 사모해서 노래를 지었다.”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철' 교수의 해독을 참고)
“간 봄 그리워함에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만나뵙도록 하리이다.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북쑥(‘쑥’의 일종)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이 노래는 두 가지 면에서 논란이 많은 작품입니다. 첫째는 살아 있는 죽지랑의 인품을 사모하는 노래라는 견해와, 죽은 죽지랑을 추모하는 노래라는 견해.
첫째 이론에 따르면 ‘간 봄’은 득오가 죽지랑과 보냈던 좋은 시절입니다. 죽지랑이 젊어 그 당당했던 모습에 주름살이 지려 합니다. '득오'가 볼 때 지난날과 대비되는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이 듭니다만 살아만 있으면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둘째 이론에 따르면 '간 봄'은 죽지랑이 살았던 좋은 날들이며, 이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난날이 기억 속에서 퇴색해 감이 무척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승에서 못 다 이룬 회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니면서 득오 자신도 머잖아 낭의 무덤(다북쑥) 곁으로 함께 묻히기를 바랍니다.
노래 제목도 여러 가지요, 해석도 전혀 다른 둘이 대립돼 있는 걸 보면서 ‘향가가 참 어렵구나, 그래서 아직도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구나.’ 함을 느낍니다. 향찰이란 문자가 한자의 음과 훈을 이용하여 우리말을 표기했기 때문에 어느 부문에서 "음(소리)"으로 읽어야 할지 "훈(뜻)"으로 읽어야 할지 참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덧붙입니다.
첫째, ‘죽지’라는 화랑(예전에 '랑'은 존경하는 화랑에게 붙임)은 김유신과 함께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역사적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큰 인물의 부탁을 익선이란 일개 지방호족이 거부하다 뇌물을 받고서야 들어준다는 사실을 들어 화랑도의 쇠퇴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둘째, 신라 화랑 사이에 대해서 동성애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고도 합니다. 즉 작품명에서 '慕(모)'는 주로 동성 간에 연모적 의미로 쓰였으며, ‘다북쑥 우거진 마을’은 동성애적 욕망의 표출이라고.
*. 작품이나 작가를 딱 하나로 규정 지을 수 없음은 향가의 맹점이기도 하면서 장점도 됩니다. 장점이란 그만큼 다양한 해석으로 작품의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앞으로 더욱 연구할 분야가 있음을 알려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