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재
1
오늘은 화요일 같다. 2일이니까. 일주일의 두 번째 날은 화요일이니까. 그런 작은 착각 속에서 산다.
2
오늘의 근무자는
오늘의 A조 명단이 바뀌었다. 어제 갑작스럽게 변경이 되어서 왜지?라고 궁금해했지만 눈앞에 아이들이 있다. 그런 생각은 아이들의 입과 손을 닦아주다 보면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오늘 출근을 해서 보니, 변경자 명단에 없던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내가 착각을 한 건가 싶어서 근무 표를 보니 오늘 출근하는 게 맞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사고를 당했다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부디 큰 사고가 아니기를 하고 바랐다. 나는 그녀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녀가 예쁜 크롭 셔츠를 입고 왔길래, 옷이 예쁘다고 몸이 예뻐서 더 예쁘다고 했더니 부끄러워하며, 얼른 퇴근하시라고 했던 수줍은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3
얼마나?
오늘은 작정을 하고 담배를 조금만이고 신청해야 하지, 생각했다. 그러나 팀장님은 많이 시키라고 했다. 오후 근무자는 배려가 필요 없다고 했고, 팀장님은 그냥 넉넉히 준비해 놓으라고 하신다. 굳이 수고스럽지 않고 싶은데, 하며 넉넉히이고 신청을 했다. 비어있는 진열장과 서랍에 담배가 가득 쌓였다. 그걸 보니 또 마음이 편해졌다. 결국 나는 몸보다 마음이 편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배려하기로 했다. 알든 모르든 내가 아니까. 그걸로 내 마음이 편해서 네 몸이 편하다면 뭐 기꺼이.
4
하다
오늘 아침 새벽 씻고 나오니 하다가 욕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던 하다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엄마한테 인사해 주려고, 하고 말했다. 나는 어머 어머 너무 고마워하고 말했다. 하다가 그대로 안방에 들어가길래, 그래도 일어난 김에 화장실 갔다가 갈래?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 참았던 볼일을 봤다. 이모가 알려준 대로 손에 물을 묻히고 비누 거품을 냈다. 다영이가 손을 씻는 법을 알려주어서, 하다는 손을 씻을 때마다 물을 묻히고 그럴 때마다 이모 생각을 한다. 그녀가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자주 보지 못하는 조카가 절대로 자신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하다는 자러 가면서도 어제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 어제 먹은 거 소머리국밥 또 먹을 거지? 약속했잖아. 우리 또 같이 가는 거야. 하고 말했다. 그 걸 난, 나 오늘도 빵 먹을 거야, 로 들어서 하다에게 빵과 우유를 주었지만 하다는 빵 한 입과 우유 한 컵을 먹더니 양치를 하겠다고 했다. 양치의 마무리는 늘 엄마니까 엄마와 양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나 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출근 준비를 해야 했고 나가야 할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머리도 다 말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하다에게 스스로 해보라고 했다. 하다는 자리에 다시 누워 조잘조잘 이야기를 건넸다. 기억나는 것은 이것. 엄마는 왜 맨날 출근해? 오늘 무슨 요일이야? 나는 언제까지 어린이집에 가야 해? 오늘만 가면 나 쉬어? 내가 매번 답을 하지 못하자 하다는 결국 엄마 내가 커피 타줄까? 하고 내가 있는 옷방으로 왔다. 화장을 하다가 말고 나는 하다 와 커피를 내렸다. 샷 하나는 그대로 버리고 두 개의 샷을 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었다. 결국 난 남편을 불렀고 하다는 아빠 옆에 누웠다. 하다가 귀찮은 게 아닌데 아빠에게 가는 하다의 눈 빛이 조금 서운해 보였다. 그 눈 빛이 자꾸만 내 마음을 맴돌았다. 아무래도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미리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오늘 같은 일이 또 있다면 하다가 덜 서운하도록.
5
5월 2일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몇 번이나 오늘을 5월 5일로 적었다. 이미 내 마음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그 시간에 있는지 모른다. 오늘 근무가 빨리 끝나고 내일도 빨리 시간이 흐르면 좋겠다. 품에 안고 있으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하다 와, 품에 안고 있으면 꽉 찬 사랑이 느껴지는 우주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나저나 선물은 어쩌지.
6
입이 방정
그녀의 미스터리가 한 꺼풀 벗겨졌다. 아니 씌었다고 해야 할까. 지해의 입방정이 한 몫했다. 어떻게 들어도 영아에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7
나는 아니라서
나는 직원이 아니라서 소외감을 느꼈고,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서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해서 그게 창피했다. 나가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