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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20. 2023

큰손자 사랑 값 찾아주기



  지난 주말 모처럼 큰손자, 성호와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성호는 동생이 둘이라서 사랑을 뺏겨 허전함을 느끼고 있는 듯 운을 뗐다.

“할머니, 요즘 엄마, 아빠가 성규, 성은이만 예뻐하는 것 같아요.”

“그래? 난 우리 성호가 가장 멋지고 듬직한데?”

요즘 동생들이 치받고 대드니 힘든가 보다. 동생들과 싸우다 보면 자주 혼도 나겠지.

그 순간 사랑 값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리고 큰손자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싶었다. 물론 사랑을 값으로 정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손자에게 숫자(양)로 설명해 주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성호야? 너는 태어나자마자 온 가족으로부터 100퍼센트 사랑을 3년 동안 받고 컸지? 그럼, 몇 퍼센트 사랑받은 거야?” “300퍼센트요.”

“그럼, 우리 성호의 사랑 값은 300퍼센트야.”


  “성규는 둘째라 원래 100%인 사랑 값을 형인 너와 나누어야 해서 태어날 때부터 반만 받지? 그럼, 성규 사랑 값은 얼마일까요?” “50퍼센트요.”

“성은이가 태어날 때까지 4년이면 성규는 몇 퍼센트 받은 거야?”

“200퍼센트요.” “성규의 사랑 값은 200퍼센트다~~~.”

“그런데 너는 첫째라 그때도 자동으로 50퍼센트씩 받은 거 알아? 

 너는 성규랑 똑같이 200퍼센트 사랑 값을 받은 거야. 엄청나지?”


  “그럼, 성은이는 셋째니 몇 퍼센트 받을까?”

“할머니, 잠깐만 기다려 줘요. 제가 계산해 볼게요. 음, 음, 33.333퍼센트요.” 

“그렇지~~~. 우리 성호 계산 잘하네~~~.”

“성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33퍼센트만 받은 거야. 

성은이가 4살이니 몇 퍼센트 받았을까?” “132퍼센트요.” 

“성은이의 사랑 값은 132퍼센트야.” 

“하하, 성호야! 그때도 너는 자동으로 4년 동안 33퍼센트씩 계속 받은 거 몰랐지? 


  “이제, 너희 사랑 값 총량 계산해 볼까?” 

“나는 11살이니까, 632퍼센트, 성규는 8살이니까, 332퍼센트, 

성은이는 4살이니까, 132퍼센트네요.”

“와~~우! 우리 성호 암산 대장인데!” 


 “그럼, 누구의 사랑 값이 가장 큰지, 머릿속에서 환하게 그려지니?”

너희 삼 남매 사랑 값이 객관적으로 정해진 바퀴 세 개가 계속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다음부터 누구의 사랑 값이 클지는 너희가 노력한 대로 받지 않을까?”


  나는 성호에게 계속 질문하고 답하게 했다. 

수학적 사고를 열어 문제 풀이 식 질문을 계속했다. 성호는 할머니의 질문에 사칙연산을 써가며 계산했다. 성호의 암산 실력이 대단했고 척척 대답을 잘해서 더 놀랐다. 

폭풍 칭찬을 하니 입꼬리가 올라가고 헤벌쭉 웃는다. 

우리는 손을 더 꽉 잡고 성큼성큼 걸었다. 덩달아 발걸음도 신나고 경쾌해졌다. 

그렇게 할머니는 성호에게 자신의 사랑 값을 스스로 찾아 답하게 했다.

  

  “할머니, 사랑 값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고 웃긴데요.”  


  그리고 나는 확실히 믿음 가는 한마디를 더 해 주었다. 

“사람에게 첫사랑은 항상 머릿속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특별한 추억이야. 

너는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손주지? 그래서 네가 태어나던 날 신촌 할머니와 

이 할머니는 화살기도를 했어.” “화살기도가 뭐예요?”

“세상일을 하면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순간적으로 받칠 수 있는 기도야.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지.”


   얼마 후 ~~ 애 응~~ ” 세상을 향한 너의 우렁찬 첫 울음소리를 들었어. 

할머니들은 두 손을 맞잡고 울먹이며 휴~우~~. 크게 안도의 숨을 쉬었단다.

너와의 첫 만남은 경이로워서 눈물이 났어. 사람은 너무 감동하면 눈물이 나거든.

첫 손주와 첫 만남이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쫘~~~ 악 끼치더라~~~.

“성호야? 너에 대한 부모님과 가족들의 사랑은 예전에도 지금도 각별해. 

물론 동생들에 대한 사랑도 또 다른 모양으로 각별하지. 알았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고비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난다. 자기 고민을 들어주고, 보듬어 주고, 도움까지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은 행복하다. 오늘 할머니와 대화의 기운이 말속에 씨앗의 형태로 숨어 있다가, 훗날 무럭무럭 자라 나름의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런 고민을 할머니와 해주니 더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성호 마음 헤아리느라 수학 문제를 풀었더니 머리가 지근거렸다. 

성규와 성은이에게는 불공평한 계산법인데... 쉿~~~ 얘들에겐 비밀로 해야겠다. 

이참에 두 손주의 마음을 채워줄 이야깃거리도 만들어야겠다. 그게 공평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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