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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20. 2023

할머니! 할머니 직업은 뭐예요?



   초등 3학년 손자는 잡 월드 체험 후 직업 인터뷰 삼매경에 빠졌다.

 어느 날 손자는

“할머니! 할머니 직업은 뭐예요?”

“손주 돌 보미야.”

“할머니? 그런 직업도 있어요?”

“물론 할머니는 30년 동안 초등생들 영어를 책임졌던 영어 선생님이었어. 지금은 퇴직했지.”

손자는 실제 할머니가 선생님이었다는 게 지금 자기들을 돌보고 있는 상황과 괴리가 있어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

“할머니는 그냥 우리를 돌봐주시잖아요.”

“아니야! 엄마가 돈 주지.”

“얼마 주세요?”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사용자야.” (할아버지가 아이디어 줌)

직업이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아는 것 같다.


“너희 집에 오시는 이모님도 가사 도우미라는 직업인이야.

엄마, 아빠가 맞벌이하니까 직장도 가야 하고, 너희들 육아도 해야 하니, 

집안일하기가 버겁겠지? 그래서 가사 도우미 이모님이 도와주시는 거야. 

물론 엄마가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지. 그러니 너도 가족 구성원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큰 힘이 되겠지. 너희들 수준에선 방 정리, 숙제 스스로 하기, 학원 빠지지 않고 다니기 등이면 될 것 같다.”


  초등 3학년 교육과정에 직업 알아보고 체험하기가 있다.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직업도 알아보고 옷도 입어보며 간접 체험을 한다.

아나운서도 되어보고, 요리사 모자 쓰고 요리사도 되어보고, 엔지니어, 기자, 의사, 

은행원 등 자기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부스에 가서 체험해 보는 견학코스가 있다. 

두 딸도 어렸을 때 남편이 일하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직업 체험을 했었다. 

  직업에도 생. 노. 병. 사가 있어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잘 나가던 직업이 시들해지기도 하고, 심지어 없어지기도 한다. 또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다양하고 감히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 수천 가지가 된다.

지금 초등생들이 최고로 치는 직업은 유튜버라고 한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유튜브를 많이 보고 그런 것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암암리에 보고 듣고 알게 된 거 같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직 정하지 못했단다.

우리 손자는 견학을 다녀온 후 만나는 사람마다 직업이 뭐냐며 job  interview를 한다.

2월부터 사돈어른이 손주들 돌보러 큰딸 집에 본격적으로 출근을 하셨다.

방학 중인 손자는 동생들이 없는 한적한 시간을 틈타 

“할아버지, 할아버지 직업은 뭐예요?” 

그 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손자의 질문에 순간 무척 당황하시고 대답 못 하셨다고 한다.


  지난 주말엔 손주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큰손자가 할아버지와 베란다에서 조곤조곤 대화하며 씨앗도 심고 화초를 정리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손자는 드디어 먹잇감을 제대로 문 듯 호기로운 목소리로 

“할아버지! 할아버지, 직업이 뭐예요?”  

“전기 공사 감리원.”

“그게 뭐예요?”

“집이나 건물, 아파트를 지을 때 전기공사가 필요하겠지.

할아버지는 전기 공사할 때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하라고 지시하고, 그 공사의 책임을 지는 것이야. 책임감이 아주 커. 직장에서 월급 받으니, 할아버지가 하는 일에 철저하게 책임을 져야 해.” 할아버지는 손자 눈높이에 맞추어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손자가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무슨 일을 하는지 다양하게 묻고 들어서 간접 경험을 통해 손자의 직업관에 미력하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 어버이날에 모든 가족이 만난다. 우리 큰손자는 이모, 이모부와도 job interview 할 생각에 꼬박꼬박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질문을 받을 때 당황하는 모습도 상상되고 조곤조곤 조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줄 둘째 사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무엇이든, 누가 하든, 질문에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어린이한테 이런 질문을 받을 땐 어른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직업 천부설 Vocation이란 단어는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부르심을 받는 일이라는 뜻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직업이 중요하고 직장을 갖는 것은 각자의 인생에 중요한 획을 긋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해서 안정적이고 대외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는 직장을 갖기를 본인, 부모, 누구라도 갈망한다. 사람은 기질과 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과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만의 역량으로 여러 개의 바퀴를 잘 굴려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직장, 직업은 한 사람의 신분을 상징해 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일단 직장을 갖게 되면 일정한 월급이 나오니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이루어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누군가는 차를 할부로 사서 자동차 할부금 갚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기도 하고. 집 담보 대출금을 갚기 위해 휘뚜루마뚜루 생활하지 않고 타이트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달 벌어 그달 쓰기도 힘들어하는 직장인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엔 종신직인 의사, 약사, 전문직을 한없이 부럽게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확히 퇴직 나이가 주어지는 것이 행복하기도 할 것 같고, 불편하기도 할 것 같은 양면성이 있다. 

     직장이란 들고 있기도 어렵고, 내려놓기는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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