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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20. 2023

나만의 손주 독서 지도법



  아이들 독서 지도는 부모가 바쁜 중에도 시간 내서 애정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자기가 직접 고른 책에 더 애착을 갖고, 그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아이는 예절, 감정, 습관을 정말 책으로 배운다. 그들은 책을 읽음으로써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같은 Magic words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단계적으로 사회성, 독립성, 창의력이 필요할 때가 있고 자기감정을 오롯이 표현해서 친구, 부모, 어른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국제 도서관 교육 연구소 정승훈 연구원은 “영유아기의 책 읽기 목적은 학습이 아니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 정서적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분위기를 기억한다.”라고 한다. 그다음 따라오는 효과는 엄청나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또한 부모의 큰 역할이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알사탕 책에는 아빠의 잔소리가 한 페이지 빽빽이 쓰여 있다. 게다가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7세 손자가 읽기는 힘들어 보였다. 백희나 작가님은 내가 평소에 손주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거기에 온통 쏟아부어서 너무 웃겼고, 속이 뻥 뚫리며 후련했다. 그래서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없나 보다. 독자를 생각하고 독자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상상력, 통찰력이 풍부해야만 가능하다. 손녀는 이 부분이 재미있다며 할머니, 빨리 더 빨리 읽으라고 추임새를 넣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를 위해 스톱워치를 이용해 읽기, 랩 버전으로 읽기, 천천히 노래하듯이 읽기, 주인공 이름을 손주들 이름으로 바꿔 읽어주기, 여러 방법으로 책 읽는 걸 시도해 보고 싶었다. 무조건 재밌게 읽어주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알사탕 책에서 ‘백희나 작가님이 띄어쓰기를 안 하고 날것으로 쓴 것은 작가님만의 전략인가?’



  나는 손자한테 스톱워치를 주며 빽빽한 한 페이지 글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었다. Ready, Action. Go. 신나서~~ 할머니, 2분 39초 86! 손자는 흰 종이에 내 기록을 썼다. 손자한테 “너도 읽어볼래?”하며 스톱워치를 눌렀다. 승부욕이 남다른 손자는 신나서 읽다가 어느 순간 빨리 읽어지지 않고 뒤엉켜 불편함을 느끼고 멈춘다. 3분 20초! 에이 3분 넘었어, 할머니~~~ 하며 실망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순간 이 할머니가 잔소리 부분이 띄어쓰기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네가 빨리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작가님이 이런 방법을 사용한 거야……. 재밌으라고 하하~~ 우습지?” 할머니의 스톱워치를 미리 꺼야만 했다. 너도 충분히 빨리 잘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속임수가 들어갔어야, 손자는 더 신나서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성공 경험을 느꼈을 텐데~~~. 앗 순간의 실수로 내 전략은 완전 실패로 끝났다. 더 자세히 훑어보고 눈치 못 채게 완벽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아하~~~ 무척 아쉽다.



  알사탕 책에 “박하 향은 너무 진해 귀까지 뻥 뚫린다.” 이런 부분이 나온다. 나는 아이들한테 책 읽는 것은 이렇게 달콤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 옛날 박하사탕 한 봉지를 샀다.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입속에 박하사탕을 하나씩 속 넣어 주었더니 입안에 확 퍼지는 처음 맛본 낯선 향에 깜짝 놀란다. 입속에 뭔가 먹을 것이 들어가니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토끼 눈처럼 놀란 표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뿌듯하다. ‘얘들아! 책 읽는 맛은 이렇게 사탕처럼 달콤해! 알았지?’ 막 자아가 생기기 시작해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떼쓰는 3살 막내는 양치질할 때마다 치약을 짜주는데 여러 번 더 짠다고 난리다. 그래서 알사탕 잔소리 부분에 ‘샴푸 조금만 짜서 써라.’ 묵직하게 퍼지는 아빠의 잔소리 다음에, 살짝 ‘치약 조금만 짜서 써라.’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할머니 목소리를 넣어 운율에 맞춰 읽어주었다. 할머니가 100번 말로만 하는 것보다 속임수만으로도 아무 불평 없이 손녀는 나쁜 습관을 스스로 고쳤다.

 

‘이렇게 독서의 위력은 대단하다.’


    <알사탕 책 그림>

  내가 알사탕 책을 읽어줄 때마다 손녀가 나를 크게 웃게 하는 포인트가 한 군데 더 있다. 알사탕 책 끝 페이지에 있는 그림이다. 

어느 날 무심코 스케이트보드 탄 그림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누구야?” 

“할머니!” 

“그래?” 그 순간 깜짝 놀라 난 방바닥을 치며 너무 웃겨서 데구루루 굴렀다. 

그럼 “그 뒤 퀵보드 탄 사람은 누구야?” 

“김 성은 엄마.” 

‘카~~~ 어떻게 저런 대답이 나올까?’ 

그 순간 난 망치로 탁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림이 직관적으로 할머니와 엄마로 보이는 걸까?’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어른들의 관념적인 생각을 완전히 깨부순다. 

  당연히 큰오빠, 작은오빠라고 말할 줄 알았다. 손녀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알사탕 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데 나와 손녀는 이 부분에서 야릇한 눈길을 서로 주고받다가 한 번 더 찐한 눈 맞춤을 하며 묻고 대답하는데 서로 웃겨 죽는다.


  나는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읽어줄 때 제일 먼저 제목부터 큰 소리로 읽어준다. 속지의 색깔이나 그림도 찬찬히 훑어보게 하며 와~~ 빨간색이네~~~. “왜 노랑, 파랑 색이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책 속의 한 줄, 한 획, 터치 하나하나까지도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 동화책을 다 읽은 후 마지막 겉표지까지 쫙 펼쳐서 보여주며 

“이렇게 펼쳐보니 다른 모습, 다른 그림이구나!”

이렇게 하면 아이들 관심 끌기는 성공이다. 


  실제로 나는 책을 대출하고 집에서 여러 번 읽고 반납하는 경험을 방학 때까지 쭉 하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그 도서관이 새로 단장하고 있었다. 많이 아쉽다. 다행히 작은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으니 이런 활동이 가능한 것이지 차 타고 또는 한참 걸어서 다니는 곳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작은 도서관이 1달 후, 재 오픈해서 책 5권을 빌렸다. 한동안 편했는데 다시 하려니 힘들긴 하다. 그러나 격려와 보상, 힘듦과 달콤함을 적당히 주면서 더 오래 하고 싶었는데 ~~~. 


  내년에는 더 이상 내 소속이 아니다. 친할아버지한테로 이관돼 내 손을 떠난다. 이젠 손주들이 도서관 드나드는 습관이 굳혀져 반대로 할아버지 손 이끌고 직접 도서관에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뿐이다.

그래서 ‘도서관 활용이 계속될지? 흐지부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작은 도서관이 가끔 손주들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 속의 한 장소로 남게 될지~! 

그래도 그냥 좋~~~ 다!

이 희망 작은 도서관이 손주들과 추억할 만한 유의미한 장소여서~~~.


 

P.S: 재미있게 책 읽어주는 나만의 방법.

 스톱워치 이용해 책 읽어주는 방법.


  적당히 글밥이 있는 한두 페이지를 지정한다. 아이가 스톱워치를 누르게 하고 엄마, 아빠, 할머니, 이모님이 적당한 속도로 또박또박 읽은 기록을 아이가 종이에 쓰게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스톱워치를 누르고 기록 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핸드폰에 있는 스톱워치 이용해도 좋다. 

어른이 읽은 속도와 가장 근사치로 읽은 아이면 성공이다. 만약 할머니 기록이 2분 30초 49라면 2분 안에 빨리 읽은 것보다 2분 50초에 읽은 어린이가 더 잘 읽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을 특히 의성어엔 강약을 조절해서 읽기, 노래하듯이 천천히 읽기도 좋다. 등장인물 이름을 손주들이나 손주 친구들 이름으로 바꾸어 읽어주기 등 여러 방법을 다 동원해서 책 읽는 걸 도와준다. 랩 버전으로 읽기는 마치 노래를 랩 하듯이 숨도 안 쉬고 읽는 것이다. 단지 재미로~~~ 하하. 즐겨야 이기고 지속된다. 독서도 그렇다!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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