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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May 25. 2022

저는 책 읽는 엄마입니다.

딸이 만들어준 나의 직업은?

중학교 1학년이 된 첫째 아이가 입학한 지 2주쯤 되었을 때 담임선생님과 개별 면담을 했었다.

이런저런 질문 중에 엄마는 무슨 일을 하시냐고 아이에게 쭤보셨다고 한다.  아이는 엄마가 늘 서평을 쓰고  있어서 서평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저희 엄마는 서평가이세요."

"서평가면 어떤 일을 하신다는 거지?"

"새로운 책이 나오면 먼저 책을 읽으시고 책에 대한 감상을 쓰시는 거예요."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아이의 대답은 전업주부인 나를 전문직 여성으로 만들어주었다.

오랫동안 꺼내보지 못한 나의 먼지 쌓인 이력서에 한 줄의 경력이 쓰인 것이다.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엄마에게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주어 고맙기까지 했다.




마흔쯤 되어 책 읽기에 대한 편독을 깨고 싶어 잠 오는 눈 비벼가며 평소 읽지도 않던 분야도 꾸역꾸역

 읽어낸 경험이 있다. 전업주부만 10년 이상 하다 보니

내가 읽는 책이라곤 밤낮으로 목이 터져라 읽은

그림책과 자녀 육아서였다. 그림책과 자녀 육아서

오가며 읽다 보니 내 생각의 틀도 탁구공처럼 그

안에서 핑퐁 하는 정도였다.


문득 넓은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도 읽어야지만 내가 가진 틀도

 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도 경제서대출해 읽으며 아이가 아닌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가졌다. 경제서를 읽을수록 가계부만 쓰던 나에게 세상은 더 넓고 돈이란 생활비만 있는 게 아니니 관심 좀 가져보라고 돈 공부 선생님께서 야단치는 것만 같았다.

안정지향적인 성향이다 보니, 남편의 월급으로 부족하지 않게 생활하면 '이만하면 살림도 잘하는 아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 미래 교육비, 우리 부부 미래 노후자금비, 투자금, 비상금까지 여유 있게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에 정신 좀 차리라고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분명 나는 제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초파리처럼 하루하루만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에 경제서 한 권 만으로는 부족하니 경제서 독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음식도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재테크와 관련된 책을 두루두루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경제서를 쓴 작가들의 작가 소개란에는  자기 계발서도 함께 출간이 기록됨을 발견했다.

<돈>의 저자  보도  섀퍼의 책을 읽으면 파산자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과정은 금융 지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도 섀퍼의 < 멘탈의 연금술>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조언들을 <이기는 습관>에서는 불가능을 뛰어넘어 최후의 승자가 가진 습관들을 알려준다.



자기 계발이 곧 부와 관련됨을 마흔이 되어 책을 통해 알기 시작 것이다. 돈이란 시간과 결부되고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자기 계발서를 통해 좋은 습관부터 만들어 그동안의

나를 다시 리모델링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신간 책도 반가워지고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져 신간 도서의 목차부터 살피게 된다. 내가 모르고 있던 부분이 있다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 궁금증은 책을 읽게 해주는 마중물이 되었다.


경제서, 자기 계발서, 트렌드 도서를 읽으며 세상엔 아직 알아야 할 것들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음을 알게 되었고 책 읽기가 습관화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책 읽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습관은 새로운 책을 살펴보는 루틴이 되었고 새로운 책만 보면 남편과 연애하듯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아마도 그때부터 새 책에 대한 로망과 서평단의 활동이 시작된 것 같다.

서평단 모집글 소개된 책은 신상 명품백보다 더 갖고 싶어 졌고  선정된 책은 택배물이 아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기다리게 되었다.

지금 다이어리를 펼치면 서평 후기 마감일이 적혀있고 책상 위엔 2주 안에 읽어야 할 서평 책들이 놓여있다.


서평 후기 마감일은 보이지 않는 약속이 되었다. 출판사와 나와의 약속, 작가님과 나와의 약속. 나 자신과

나와의 약속.

그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마감일 자정 전까지라도 꼭 후기를 올리며 이번 프로젝트는 완벽히

끝냈다는 직장인 모드가 되곤 했다.

서평 쓰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넘어 이젠 나만의 서평 노하우도 생기고 여유 있게 서평도 쓰고 있다.



1년 이상 엄마가 서평을 쓰고 있으니 첫째 아이 눈에도 엄마는 <서평가>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나 보다.

'우리 딸~집에만 있는 평범한 엄마를  책을 읽고 기록하는 멋진 서평가로 소개해줘서 고마워.'

경력 단절녀가 아니라 경력 연결녀로 그동안 지내왔다는 생각에 딸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던 나를

찾은 기분이다.


오늘도 새로운 서평단 모집은 없는지 노트북 전원을 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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