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학급
오랜만에 학교에 생기가 돈다. 지난 1년의 경험으로 학교의 진정한 주체는 누구인지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껏 교육에 많은 주체를 내세웠지만 단연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다. 지난 1년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 학생이 학교에 나올 수 없었다. 교육의 목적을 잃어버렸고 학교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고사한 나무와 같았다. 학교 구석구석 생명력을 채우던 아이들이 사라진 기간이었다. 오래된 학교의 역사, 크고 화려한 건물과 기자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랬던 시기가 지나 이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온다. 아이들로 가득할 학교를 생각하니 출근길부터 설렜다. 창밖으로 정문으로부터 걸어오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새로 학교에 들어와 당연히 모든 게 낯설고 설렐 1학년부터, 이제는 말년병장의 포스를 뽐내는 6학년까지 모든 아이가 들떠있는 것 같다. 새 학기의 설렘과 1년여 만의 일상까지 더해 더욱 활기차다. 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참으로 그리웠던 일상이다.
그런데 일상적인 모습 사이로 낯선 장면과 낯선 소리가 들린다. 분명 아이들 모습이고, 아이들 목소린데 언뜻 낯설다. 한 번에 들리지 않는다. 다시 한번 들으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외국어다. 그것도 하나의 외국어가 아니라 여러 외국어가 섞여 들린다.
그렇다, 다른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다문화 학생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당연히 있는 것 아니냐, 많으면 얼마나 많겠냐’ 하겠지만 매우 많다. 전체 학생의 70% 이상이다. 우리 학교는 한국에 있는 평범한 공립 초등학교인데, 다문화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많다. 학급에 가족이 모두 순수(?) 한국인 학생을 찾는 것이 어렵다.
우리 학교에 다문화 학생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학교 주변 환경과 매우 밀접하다. 학교가 있는 도시에 큰 공단이 있다. 학교는 그 공단으로부터 직선거리 2km밖에 안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주변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공동거주지역이 되었다. 외국인 인구도 많이 늘었다. 2017년 10월 기준으로 46,719명(등록외국인 31,425명, 외국국적 동포 국내 거소 신고인 수 15,294명)이었던 우리 시 외국인 인구가 2021년 1월 기준으로 54,442명(등록외국인 인구수:31,974명, 외국국적 동포 국내 거소 신고자: 22,468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인구가 느니 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 학생 수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국제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 다문화 학생 수까지 하면 70%는 오히려 적당해 보인다.
우리 학교는 보통의 학교와 많이 다르다. 정말 많은 것들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 학교로 전입 온 모든 선생님은 크건 작건 모두 문화충격을 받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복도와 화장실에서 자유롭게 외국어로 대화를 하는 학생들을 마주했을 때의 그 황당함과 아득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보통의 학교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어 학급’이다. 한국어를 못하여 정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반이다. 어학당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이 ‘한국어 학급’은 교육청에 따라 ‘다문화 특별학급’이라고도 불린다. 나는 2020년부터 이 학급을 맡은 한국어 학급 담임교사이다. 한국에 있는 한국 공립학교에서 외국인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특별하다. 특별한 만큼 의미도 있다. 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새롭기도 하다. 황당한 일도 감동적인 일도 웃긴 일도 속상한 일도 있었다. 앞으로 나의 경험을 풀어내 지금 한국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일상과 그 아이들이 있는 학교의 모습을 나누고 싶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통계 출처 : 경기도 S시청 홈페이지 인구현황 통계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