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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 Mar 23. 2021

한국어 학급을 아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한국어 학급에 대하여

  우리 반에는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있다. 학생 수는 15명이지만 배경 국가는 5개다. 모두 모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어 한국어가 서툴다. 바로 엊그제 한국에 들어와 자기 이름만 겨우 말하는 학생부터 어제 뭐 했는지 더듬더듬이나마 얘기할 수 있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우리 반은 대안학교 소속이 아니다. 평범한 공립초등학교 소속이다. 보통 속의 특별이다. 난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급 공식 명칭도 ‘한국어 학급’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반이 있는 것을 모른다. 나 역시 직접 근무하기 전에는 몰랐다. 교육 현장에서도 생소한 ‘한국어 학급’을 소개하려고 한다.          


1. 한국어 학급은 무엇인가요?     


   한국어 학급은 정규학교에 설치되어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이다.     


2. 한국어 학급은 왜 만들어졌나요?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2021학년도 다문화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어 학급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중 도입국·외국인 학생(유아) 등에 대한 한국어·한국문화 집중 교육을 통해 공교육 진입 및 적응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한국 공교육에 들어오는 다문화 학생 중에서는 여러 이유로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이 아무런 준비 없이 일반 수업에 던져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학습 부진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과 말도 안 통하니 낯선 교실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준비 단계로서 한국어 의사소통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한국어 학급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3. 한국어 학급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한국어 학급의 시작은 오래전이다. 2006년 경기도 교육청이 초등학교 2곳에 외국인 근로자 자녀 특별학급을 지정하며 운영하였다. 미국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를 기점으로 한국의 다문화 교육이 발전했다고 하는데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 유명해진 시기가 2006년 즈음이니 시작이 맞물린다. 경기도 교육청을 시작으로 교육부가 2012년부터 다문화 예비학교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때 ‘한국어(KSL-제2언어로서 한국어) 교육과정’도 같이 도입했다. 2014년부터 다문화 중점학교, 2015년부터 다문화 유치원, 2016년부터는 찾아가는 예비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2021년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중 캡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 비해 많은 정책이 운영되었지만 느낄 수 있듯이 명칭과 역할이 너무나 복잡하다. 여러 주체가 정책을 운영하다 보니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2019년부터 내실화를 위해 여러 특색 학교를 ‘다문화 정책학교’로 통일하고 그 안에 ‘한국어 학급’이라는 공식 명칭을 정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반도 ‘한국어 학급’이다. 다만, 아직도 교육청마다 운영하는 특색 학교가 있어 명칭이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이름이 어떠한들 시작이 2006년부터였으니 꽤 역사가 깊다.


4. 한국어 학급은 전국에 얼마나 있나요?

교육부. 2021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중 캡처

  2006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전국에 많은 학교에 ‘한국어 학급’이 있다. 2021 교육부 다문화교육 지원계획에 따르면 3년간 222개교(2018년), 326교(2019년), 372교(2020년)로 늘었다. 가장 많은 경기도는 2021학년도 기준 60개교 78 학급 4 기관 4 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5. 한국어 학급에는 누가 공부하나요?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이 대상이다. 다만 특이한 점은 다문화 학생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일상 한국어 의사소통이 힘든 탈북학생, 오랜 해외 체류 학생 등이 한국어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다.     

교육부. 한국어 교육과정(제2015-74호 별책43) 중 캡처


6. 한국어 학급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한국어 학급의 교육과정은 한국어(KSL)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한다. 한국어 교육과정의 세부 교육 내용은 크게는 세 가지다. 일상 의사소통을 가르치는 ‘생활 한국어’, 학교 수업 적응과 학습을 위한 ‘학습 한국어’, 한국 학교와 사회를 이해하는 ‘한국문화’다. 생활 한국어와 한국 문화뿐 아니라 학습 한국어가 포함된 이유는 아이들이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에 적응하는 게 목표라면 생활 한국어에서 멈췄겠지만, 이 학생들이 앞으로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아 나갈 것을 고려하기 때문에 '학습을 위한 한국어'까지 다룬다.      


7. 얼마나 한국어 학급에서 공부하나요?


  한국어 학급은 완전히 독립된 학급이 아니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학급 소속이다. 자기 학급으로 등교하고 각자 정해진 시간만 한국어 학급에 내려와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그 외 시간은 원래 학급에서 학급 친구들과 공부한다. 한국어 학급 공부 시간이 한 학생당 일주일에 10시간 내외니, 하루에 2시간 정도다.

  한국어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는 4학기를 대로 한다. 4학기가 지나면 모든 수업을 일반 학급에서 듣는다. 학생 대부분이 4학기 동안 한국어 학급에서 공부하면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학생 개인차가 있고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4학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8. 앞으로 한국어 학급은 어떻게 될까요?

통계청(2020). 2019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 전망 2017~2040

  얼마 전 통계청에 따르면 2040년이면 이주 배경 인구 중 학령인구가 49만 명이라고 한다. 저출산이라면서 계속 교실이 텅텅 비어가는데 이 통계대로라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다문화 학생의 수가 계속 늘수록 한국어 학급에 대한 수요와 필요는 당연하다. 따라서 지속해서 전국에 한국어 학급이 추가 지정될 것이다. 실제로 요즘 다문화 학생이 거의 없던 주변 학교에서 말이 전혀 안 되는 다문화 학생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이주배경 인구가, 이미 다문화 가족이 많은 곳에 정착하는 경향이 있기에 현재 한국어 학급이 있는 학교에서의 수요 증가가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지역에, 어떤 학교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벌써 많이 진행되었다. 학교 역시 큰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변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출처-


교육부(2015). 한국어 교육과정(KSL교육과정).

통계청(2020). 2019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 전망: 2017~2040년.

교육부(2021). 2021 다문화 정책학교(한국어 학급 초중등) 운영 가이드라인

박창건, 박명희(2019). 한국어 학급 운영 실태 및 개선방향 모색;대구지역을 중심으로. 교육과정평가연구.

                                    22-4(1~30).

조인제(2019). 우리나라 다문화 학교에 대한 제도적 분석:다문화 예비학교(한국어 학급) 및 특별학급, 다문화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 25(4), 771~792.

정에스더(2020). 전신반응교수법을 활용한 한국어 학급의 한국문화수업 프로그램에 관한 실행 연구.

                      석사학위논문. 경인교육대학교

교육부(2021). 2021 교육부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경기도교육청(2021). 2021 경기도 다문화교육 사업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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