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마음.. 나만 몰라? 왜 그러는지?
시월드와 함께하는 5명의 가족 여행을 시작하면서 경주까지 가기 위해 KTX 4인 동반석과 추가 좌석 1개를 예약했습니다.
초등학생 율이와 예비 고등학생 몽이의 격차를 고려하여 몽이가 따로 앉도록 자리를 배치하기로 했지요.
우리 초등학생 꼬마 아가씨 율이가 보통 수다쟁이가 아니거든요. 귀에서 피난 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니까요.
기차가 출발하고 옆 좌석이 빈자리로 끝까지 가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몽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라고 나름 배려를 하였지만 중간쯤 갔을 때 젊은 여성분이 옆자리를 찾아오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때가 그의 첫 번째 킹 받는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저를 아주 무섭게 노려보며 조용히 분노를 표출하였지요.
아니 옆자리에 누군가 올 수도 있다고 그럼 바꿔주겠노라고 미리 말했는데 이게 제 잘못인가요?
아쉽지만 몽이에게 동반석을 내어주며 낯선 여성분 옆에서 불편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근데 나 왜 자꾸 웃음이 나오냐?'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 여성분의 롱코트를 선반에 올려주는 배려까지 하면서 말이죠.
우리 자리 바로 옆 또 다른 동반석에는 초등학생 3-4학년으로 보이는 소녀 2명과 조금 떨어진 좌석에 어머니들이 동행한 듯 보였습니다.
그 소녀들은 둘이서 꽁냥꽁냥 오랜 시간 눈에 색조 화장을 아주 정성껏 하는 거예요. 아이라인까지 그리면서..
요즘 화장 안 하는 여학생들이 없다고 들었지만 그게 초등학생까지 내려갔다고요?
라떼는 말이야! 대학생 되면 그때부터 화장을 하는 거라고 배웠는데 말이야! 격세지감이!!!
이 부분은 제가 킹 받았던 포인트인데, 그 소녀들의 어머니가 한두 번 체크하러 다녀갔지만 화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는 거예요. 하긴 그러니까 저 소녀들이 화장품을 갖고 있었겠죠?
경주역에 도착해서 쏘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어플을 통해 예약 시간 전에 미리 알림이 와서 주차 장소와 몇 가지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쏘카는 차량 인수와 반납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차량 내부에 비치된 주유 카드를 이용하면 정확히 주행한 만큼의 비용만 추가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대체로 차량의 청결 상태도 양호한 편이라서 이번이 두 번째 이용인데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경주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려 쏘카존으로 이동하는 중에 몽이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뭔지 알 수 없는 그의 킹 받음으로 인해 싸한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몽이네 캐리어, 율이네 캐리어, 할머니 캐리어까지 3개의 캐리어를 몽이가 선반에서 내려주고 기차에서 내릴 때는 할머니 캐리어만 몽이에게 부탁했습니다.
불쑥 몽이의 몸짓에서 전해지는 싸한 분위기를 할머니도 느끼셨는지
"이번 여행은 우리 몽이를 위한 여행이니까 재밌게 잘 지내보자."
말씀하시고는 율이 손을 붙잡고 앞서 가시는 할머니를 보더니 입이 댓 발 나온 몽이가
"나를 위한 여행이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야지, 난 경주에 왜 온 줄도 모르는데.. 참나."
하더군요. 너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할머니가 풀어주려고 하신 거니까 조금만 이해해 드리자고 몽이를 다독여주니 아주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해 보입니다.
'와, 나 이 여행 감당할 수 있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여기서 그가 킹 받았던 포인트는 어른들 마음대로 여행지를 정해놓고 자기를 위한 여행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뭔가 힘들어 보이거나 걱정이 될 때 몽이는 굉장히 다정한 아들로 변신합니다.
물론 대체로 평소에도 다정한 아들이긴 합니다.
쏘카 인수 후 이용 전에 어플에서 요구하는 과정을 혼자서 버벅거리며 하고 있자니 몽이는 엄마 옆에서 텀블러와 가방도 들어주고 캐리어를 차곡차곡 트렁크에 야무지게 실어주며 차분하게 도우미 역할을 꽤나 잘 담당합니다.
만약 몽이가 동행하지 않고 시어머니, 시누이, 율이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면 조금 더 힘든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몽이가 없는 여행이었다면 눈치는 조금 덜 보며 여행할 수도 있겠네요.)
아직 여행을 제대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피곤한 느낌은 저 혼자만의 착각이겠죠?
2박 3일간 경주 여행이 어떻게 채워질지, 대환장 파티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기대가 콜라보하는 기분입니다.
이제부터 내돈내산 쏘카와 함께하는 경주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