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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Sep 14. 2023

싱숭생숭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늘, 현재 내 마음을 드러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싱숭생숭이란 단어만큼이나 내 마음도 모호하고, 잘 모르겠다. 시험 기간이라 공부에 빠져 살아서인지,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갑자기 보려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


갑자기 마음을 보려고 한 이유는 하나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속 무언갈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아서이다.


최근의 깨달음,

멋진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던 공부 시간은 또 조금씩 변질되고 있었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라도 그 깨달음을 매일 되뇌었어야 했는데, 그저 공부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것 같다. 실제로도 열심히 했고 중간에는 재미있기도, 나를 멋있다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전의 나완 확연히 다르다. 깨달음을 실천하여 맛깔나게 공부하는 그 느낌이 사라지고 있다.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생각에 급히 메모장을 켜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아직도 멋지다는 칭찬이 익숙지 않고, 인색하다.




이틀간 밤 산책을 가지 않아서 오늘은 꼭 가려 했다. 오후엔 엄마한테도 단단히 일러두었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밤이었지만 우리는 평소와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은 엄마 말이 지금 내 마음에 남는다.



돌아오는 길,

나는 말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질책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질책이 나한테 안 좋게 작용한 적도
있었지만, 분명 장점도 있었어.


사실 나는 나를 질책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내 기본적인 성향이기도 한데, 자책이 디폴트값인 나는 그래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성향 덕을 봐서 이렇게까지 성장한 거라 여겼다. 다시 말해, 자책이 내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믿었다.


엄마가 말했다.

아냐, 너한테 질책은 안 좋았던 때가 더 많았어. 너는 질책 없이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
더 많이 성장했을지도 모르지.
네가 이렇게 성장한 건 질책 덕이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질책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본래 지녔던 자책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키는 건 딱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거다. 나에게 자책은 내 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무언가와 같았다. 높은 기준을 세우고 도달하지 못할 때면 자책을 꺼내 들었다. 나는 매번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성장했으니 나는 바꾸려들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편할 때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난 또다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떠올렸다. 위의 전제는 분명 흔들리지 않는 ‘나’인데.. 그 전제에 따르면 자책도 내 마음을 괴롭히는 짓인 건데.. 그렇다면 정말 자책이 지금까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살아온 대로 살아가야지’
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그러한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되자, 나는 변화하기를 바랐다. 일단 억지로라도 ‘나’에게 맞는, 마음이 편한 상태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는 끝없던 연장선인 자책부터 끊어내고, 하루에도 여러 번, 아님 계획을 달성할 때마다 “나는 멋있는 사람이야” 칭찬하는 것.


지속적으로, 진심을 담아 칭찬을 해보겠다는 다짐은 거의 처음이다. 뭐 이런 걸 도전이라는 단어씩이나 붙여야 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칭찬이란 기준이 너무 높았던 사람인 내겐 큰 도전이다.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정말 이것들로 내가 변하긴 할지. 하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억지로라도 바꿔보고, 정말 엄마의 말이 맞는지 증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증명해보고 싶단 마음의 이끌림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별로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니까!



바꾼 것을 지속하기란 어렵지만 몇 년간 해 온 것으로 돌아가기란 너무나 쉽다.


이번엔 꼭 긴 여정이 되었으면 한다. 도전을 잊지 말고, 정말 매일매일 해보는 거다. 이 여정의 끝맺음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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