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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May 01. 2021

스무 살에 입학, 스물 셋에 취업, 서른 전에 결혼?

아이유, <스물 셋>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맞춰봐, 어느 쪽이게?     


아이유, 스물 셋          










 대중들의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은 잊힌 지 오래, 이제 대표적인 여성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는 아이유의 노래 중에는 자신의 ‘나이’와 연관된 타이틀 곡이 참 많다. ‘스물 셋’이 그러하고, ‘팔레트’가 그러하고, 최근 떠오른 ‘셀러브리티’와 ‘라일락’이 그러하다. 아이유가 부르는 노래들은 곧 히트가 되고, 그는 노래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읊는다. 제 작품 속에 인생을 담는 예술가들은 많지만, 동시에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면서 매번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아이유가 냈던 노래 중에서, 한때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곡 ‘스물 셋’. 처음 이 곡을 들을 당시에는 아리송한 가사들을 보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의아했는데, 스물 셋에 가까워질수록 그 노래를 불렀던 아이유의 기분을 내심 알 것도 같다. 스물 셋은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 진짜로 사회에 진입해야 하는 나이다. 그것이 규칙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정한 기준이 그렇다.



 노래의 주인공은 대학을 가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음악 공부와 활동을 하며 20대를 보냈다. 약간의 무명 시절 이후 매 곡마다 히트하는 아이유에게도 사회에서 정한 기준의 나이가 다가오면서 점차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스물 셋, 남들은 버젓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나이에 자신은 언제까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저만의 고민을 노래에 풀어낸 걸 수도 있겠다.



 인기 스타의 삶을 소시민인 내가 풀어봤자 뭐하겠냐마는, 스물 셋이 다가올수록 나 역시 나이에 정해진 과업이나 기준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성공하고 싶었고, 티비에 어릴 적부터 나와 재능을 뽐내거나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부러워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특히 ‘어린 천재’. ‘일찍 성공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성향이 강했고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하거나 시도하면 괄시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나는 일찍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과 조급함에 시달려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그러한 성향은 여전히 남아있어 그나마 젊고 한가할 때 자꾸 뭔가 해내려고 일을 벌인다.



 사실 ‘나의 인생 플레이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책을 낸 이후 당분간 활동이 뜸할 것을 걱정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봐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출판으로 나아가기엔 손봐야 할 부분들이 많아 책으로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렇게라도 활동해 작가로서의 경력이 끊기지 않길 바라는 중이다. 언젠가 꼭 소설을 써서 소설집도 내고 싶다는 로망을 품었지만, 글쎄. 도통 호흡이 긴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는다.



 본론으로 돌아가 다시 ‘나이’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회에서 정한 대략적인 기준을 보았을 때 스무 살에 대학을 입학하고 스물 셋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서른 전에는 적어도 결혼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촉박한 시간이란 말인가! 20대의 청춘을 즐기라고 해놓고는 너무나도 가혹한 과업들을 10년 안에 해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요즘에야 일찍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비혼’이 늘고 있다 해서 결혼은 인생 과업의 필수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대학 입학이나 취업은 예나 지금이나 비등비등하다. 일반적인 길을 따라가지 않는 사람들은 ‘낙오자’ 취급을 받곤 하니까.



 나는 이미 그 일반적인 노선을 벗어나 한 번 ‘일탈’을 한 경험이 있다. 남들 당연하게 다 가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살아가지 않았던가. 자퇴 전에는 나 역시 학교 밖 청소년, 즉 자퇴생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직접 자퇴를 하고 보니 내 시야가 너무 좁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모으고 또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자퇴 후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거나 대안 교육을 받는 등 세상을 학교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조차도 검정고시 합격 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험을 넓힌 사람이 아닌가.



 학교 밖 청소년 중에서도 성공적인 길을 따라갔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양한 경험은 날 일으켜주었고 자신감을 살려주었다. 수상 경험과 인턴 경험 등은 나의 경력이 되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대학 입학 후 진로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이제 대학에 입학했으니 2년간의 일탈은 추억으로 마무리 짓고 남들 따라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까?



 모두가 그쪽을 바라고 나 역시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대학을 다니며 스펙을 따낸 뒤 취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여전히 바라고 있던 꿈이 내 안에 존재한다. 이전보다 더욱 크게.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적은 돈이나마 벌면서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은 확실해졌다. 문제는 이 세계의 현실까지 깨달아 전업 작가로 살기엔 돈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벌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



 아이유처럼 사랑이고 자시고 돈이나 많이 벌어봤으면 좋으련만, 내 나이에도 큰돈을 쥐어본 적은 아직 없다. 결국 택한 것이 본업은 따로 두되 글을 겸업으로 삼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일하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시간이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니, 사실 대학을 왔다고 해서 당연하게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라 취업에서도 걱정이 된다. 정말 이 노래대로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좋을지, 내가 무엇을 택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정해지는 것이 없다.



 시간은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흐르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하루가 부족한데, 걷잡을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이를 먹는다니! 아직 젊은 이 나이에 할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커지는 불안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이유는 스물다섯 때 드디어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되고 스물아홉인 지금, 오히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더욱 성장해가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나 역시 그럴 수 있을까? 사회적 시선이라는 암묵적인 룰에 묻혀 나 자신을 영영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지는 요즘이다.



 그러므로 나보다 인생 선배인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의 스물셋은 어땠는지. 남들 따라 대학 졸업 후 바쁘게 지원서를 돌리고 다녔는지, 자격증이나 공무원 등 시험공부에 열중했는지, 진작에 취업을 한 상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나처럼 꿈을 좇아갔는지.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앞으로 수십 년의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이토록 조급하게 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이지,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다! 노력 없이 돈이 눈앞에 굴러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드는 걸 보면 진정한 어른이 되기엔 아직도 한참 먼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좋은 노래와 함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3~5분에 달하는 노래 한 곡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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