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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May 08. 2021

일상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법

자우림, <HOLA!>

어디로 향해 볼까

네 마음이 흘러가는 곳이면

어디든 데려가 줄게

길을 따라 세상 끝까지

  

자우림, Hola!     












 세상사는 일이 다 힘들다지만, 세계를 아우르는 역병이 찾아오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 같다. 그러잖아도 나빴던 경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취업난을 넘어서서 바늘구멍에 소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우며, 온갖 혐오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19를 두려워하며 집 안에만 있던 생활도 예전 이야기, 이제는 다들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안전에 대한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백신이 나왔다고 오히려 방심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았던가.



 모두가 힘든 시기이니만큼 이겨 내자, 지치면 가끔 쉬어가자는 둥 서로를 북돋아 주려는 분위기도 있지만 가끔 견딜 수 없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덮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 한 번, 숙면 한 번으로 견딜 수 있는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며칠씩 연속으로 우울하고 그 원인조차 알 수 없을 때면, 내게 또 우울증이 찾아왔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고 네이버 지식사전에 적혀있다. 말 그대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생겨난 변화에 사회적으로 모두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뜻일 터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는 걸 생각하면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 어두운 시기가 언제쯤 끝이 날까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모두가 사회 변화에 맞춰 적응해가고 나 역시 비대면으로 수업이나 회의를 진행하며 외출 시엔 항상 마스크를 쓰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적응한다고 그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마스크를 안 쓰던 시절로 돌아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고, 사람이 밀집된 놀이공원이나 노래방 등에 가서 실컷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비록 비대면 수업만큼은 내게 알맞기에 대학교의 모든 수업이 대면으로 진행된다면 아쉬운 마음도 들겠지만, 모두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힘겨운 일상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한정된 시공간과 자원 안에서의 취미를 영위한다. 코로나 시절 초기에 삼백 번을 저으며 만들었던 달고나 커피라든가 일반적인 기상 시간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한 삶을 사는 미라클 모닝, 줌이나 행아웃 등의 영상통화 프로그램으로 함께 화면을 공유해 비대면 팬 사인회나 혼밥 회식을 하는 등 나름의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삭막한 일상 속에서의 오아시스를 찾아야 한다. 어디론가 멀리 떠날 수 없는 지금,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바쁜 걸음을 멈춰 잠시 쉬어갈 휴양지로 향해야 한다. 한국인의 모토인 ‘빨리빨리’에 맞춰 가려다 보면 언젠가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평탄한 길도 아닌 경사진 오르막길을 걷는 듯한 지금, 기존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달리려고 하면 결국 작은 장애물에도 채여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평소에도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나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할수록 결국 다치고 마음 아파하는 쪽은 나다. 나를 너무 낮잡아보고,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이 한때의 나를 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여주고 우리를 달래주는 수많은 예술과 작품에서 말하듯이,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유로이 움직일 나를 믿고, 당당한 내 모습을 꿈꾸며 진정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일. 그게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남들 따라가는 길, 뒤처지지 않으려고 나 역시 무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오아시스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듯이 오아시스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삶이 끝없는 사막을 헤쳐 나아가는 것이라면, 사막에서만 얻고 찾을 수 있는 것들 역시 존재하지 않겠는가?



 언젠가 지친 나를,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낡은 차 하나를 털털 끌어 태우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싶다. 힘들었던 일상을 떠나 맛있는 음식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고, 그간 즐기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함께 공유하며 잊고 있던 취미를 되살리고, 밤새도록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편히 눈 감을 수 있기를. 혹시 모르지, 이 힘든 삶 속에서도 ‘홀라!’ 하고 감탄 어린 인사를 나누게 될지도.




매주 토요일, 좋은 노래와 함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3~5분에 달하는 노래 한 곡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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