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기 Jan 18. 2022

한국 vs. 호주, ‘햇볕’ 선호도 이만큼 다르다.

햇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호주의 햇볕은 강하고 유해하기로 악명 높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피부암 방지 관련 단체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Sun Smart 홍보를 하고 5S 캠페인을 펼친다.

Slip 긴소매 옷을 입고

Slop 선크림을 바르며

Slap 모자를 쓰고

Seek 그늘을 찾아다니고

Slide 선글라스를 쓰라는 것.

하지만 웬만한 캠페인은 순진하리 만치 잘 따르는 호주인들이 이 운동만큼은 정말 안 따른다. 피부암 세계 1위라고 맨날 위협을 하는데도 아이들에겐 모자를 씌우고 선크림을 발라주는 정도이고 자신들은 선크림에 선글라스 하나 쓰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는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며 햇볕을 쐬기에 열심이다. 특히나 바닷가에 가면 선크림을 바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한나절 내내 모래에 누워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사람을 흔하게 본다. 한국이 백옥 같은 하얀 피부를 선망하는 반면, 호주에서는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도 같다.

지난주 휴가 때 장시간 바닷가에 있으며 나름 살을 덜 태우려 노력했지만 참으로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햇볕 쏟아지는 바다도 즐기고 피부의 건강도 지킬까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집에 돌아와 티브이를 켰다가 흥미로운 다큐를 보게 되었다. 인간의 피부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한 부분에서 햇볕이 피부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을 나눠보자.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파리 런던 밀라노 같은 대도시가 생겨나고 도시로 갑자기 몰린 사람들은 좁은 골목 주택가에 살며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갑자기 알 수 없는 질병(구루병 Rickets)이 돌아 다리뼈가 기형이 되고 불구가 되는 일이 늘어났다. 당시 사진을 보니 맨날 훤칠한 줄만 알았던 백인들이 아프리카 기아 국의 아이들처럼 휘고 울퉁불퉁한 충격적인 기형의 다리를 하고 있었다.

Bing Image

당시 전문가들이 원인을 분석해 보니, 놀랍게도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생긴 병이었단다. 인간의 피부는 햇볕을 받아 비타민 D를 생성하고 이 비타민은 인체 내에서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의 건강을 지키는데, 갑자기 도시 생활을 시작한 인간들이

1.    실내에서 일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다   

2.    일조량이 부족한 좁은 골목의 주택에 몰려 살다 보니 (그러니까 그 운치 있던 유럽 도시의 작은 골목들은 그리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은 아니었나 보다.)

피부를 햇볕에 충분히 노출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로 인해 비타민D 형성이 제대로 안돼 몸 안에서 칼슘이 뼈로 흡수가 안되니 뼈 기형이 생겼다는 분석이었다. 

그래서 제발 건강을 위해 일정량 이상의 햇볕을 쬐라는 권고가 이어졌고 유럽인들 사이에선, 특히 일조량이 적은 도시의 사람들은 해만 뜨면 웃통을 제치고 햇볕 아래 드러눕는 문화가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예들은 어마어마한 일조량을 가진 호주 신대륙으로 이주하고 몇 세대를 거치면서도 그 생활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거고.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데, 어느 여인이 온몸과 얼굴을 다 감싸고 운동을 하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첨엔 그 이상한 차림에 너무 놀랐고, 성형 수술 뒤 부기가 안 빠져 가리고 다니나 했다. 그런데 좀 있다가 똑같은 차림의 다른 여인을 만났다. 아무리 성형 대국이라지만 동네에서 이렇게 성형한 여자를 자주 만난다는 게 좀 의아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햇볕을 가리기 위한 선캡이고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인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패션이란 것을 알게 됐다. 좀 황당했다. 부르카를 뒤집어써야 하는 이슬람 국가도 아니고 대낮에 복면강도처럼 하고 다니는 모습이.. 햇볕을 가리는 자체는 좋지만 좀 지나치고 우스꽝스럽고 본인도 답답하지 않겠는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한국의 일조량에 대비해 얼만큼의 햇볕을 쐬고 피하는 게 뼈와 피부 건강에 좋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햇볕이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가끔씩은 특히 겨울날은, 따뜻한 햇볕 아래 나와 여유 있게 즐기며 뼈 건강을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11/1/7 씀)

이전 02화 한국 vs 호주, ‘놂과 쉼’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