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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n 08. 2021

호주 시골 '유치원'교육, 이런 점이 대단하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한때 인기였다.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요즈음 나는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자주 깨닫는다.  내게 그 의미를 다시 곱씹게 했던 최근의 두 가지 일을 나눠볼까 한다.   


1. 양로원 탐방   

   

이 날은 아들 유치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양로원을 탐방한다기에 인솔자로 봉사를 지원해서 함께 갔다. 아이들은 공예 시간에 만든 선물(직접 그림을 그린 머그컵)을 들고 유치원 앞 공원과 호수를 지나 양로원에 도착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이미 거실에 둘러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유아원 아이(0-3세)들과 양로원을 탐방한 적이 있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 커서 인지 그때와는 좀 다른 교육적 성격이 다소 내포되어 있었다. 일단 아이들은 인솔교사의 지도에 맞춰 율동을 곁들인 노래를 몇 곡 했다.  그동안 틈틈이 배운 노래들을 선보이는 무대인 셈이다.     

노인들은 입을 함빡 벌리고 좋아하셨는데 그중 할아버지 한분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답가로 하모니카 연주를 몇 곡 하셨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었지만 진지하셨고 아이들은 또 신기한 눈으로 열심히 들었다. 아들은 이날 집에 오자마자 하모니카를 찾아 불었다.    

이어 아이들은 선물 상자를 들고 노인 한분 한분께 다가가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다. 함께 온 엄마들은 뒤에 서서 조용히 구경만 하는 분위기고 선생님의 인솔 하에 아이들이 대체로 할 일을 알아서 척척했다. 휠체어에 앉아 계시거나 정신이 흐리거나 육신이 온전치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즐겁게 대화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로원의 간호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원내를 한 바퀴 돌았다. 개인병실을 일일이 돌며 미처 모임에 참석 못한 노인들을 만나 다시 간단하게 노래를 하고 대화도 했다. 아이들은 지루해하기는 커녕 신나게 노래하며 재롱을 부렸다.  또 보이는 데로 세탁실이나 주방 같은 각방의 시설을 보여주고 기구도 설명하고 (아이들은 별 것도 아닌 것에  흥미를 보이며 집에 있는 것과 어떻게 다르다는 등 말도 많다.) 스텝들이 일하는 사무실까지 방문했다. 이들은 진지하게 회의 중이었는데 매우 자연스럽게(의자에서 일어나는 이조차 없었다.)  아이들을 환영하고 자신들이 맡아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그야말로 현장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나가자 회의를 계속했다. 

길어야 5분 정도를 할애했을 테니 이런 탐방이 업무에 방해가 되지도 않을 듯했다. 이렇게 양로원의 구석구석을 도는 동안 복도에서 만나는 다른 직원들도 일일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갔고 아이들이 물으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중이라는 설명을 친절하게 했다. 탐방객만 전문적으로 받는 이들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 또한 어린 시절 부터 늘상 Show and Tell을 하며 삶을 나누는 훈련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양로원 측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아이들은 그걸 먹고 양로원 마당에서 한참을 뛰놀다가 유치원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도 너무 즐거워했고 엄마들도 양로원 스텝들도 이런 모임을 좀 더 자주 갖자고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호주에서는 양로원과 유치원을 한 장소에서 병합해 운영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이미 실험을 통해 아이와 노인 모두에게 효과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 실험은 다큐로 만들어져 티브이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Old People's home for 4 year olds. (유튜브로 볼 수도 있다.)


2. 작가와의 만남. 


이 날은 유치원에 방문객들이 있었다. 

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 초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을 찾은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이 한 권씩 들려 있었다. 자신의 책을 들고 와 유치원 아이들을 한 명씩 붙잡고 몇 번이나 책을 읽어 주었단다. 나도 나중에 그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로 흥미로운 책들이었다.^^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자기와 가족을 소개하는 자서전적인 책이 있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재 각색한 책 등등 종류도 개성도 천차만별 다양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유치원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근사한 이야기나 책은 본 적이 없다는 듯 감동에 젖어 진지하게 들었고 그 멋지고 현란한 그림에 넋을 잃은 채 형과 누나들의 재능을 경이로워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책을 만드는 과정을 즐겼고 독자를 직접 만나 온갖 찬사를 다 들었으니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나는 이런 현장 교육들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즐겼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들 어릴 때부터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가르치는 이곳 유치원이 대단해 보였다. 마을의 작은 단체(유치원이든 초등학교든 양로원이든)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존중하고 상생하며 공동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도 했다. (2011/8/14 씀)



양을 목축하는 유치원 친구네 목장에서 양털을 깎는다기에 놀러 갔다. 친구 아빠의 노동 현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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