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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n 19. 2023

호주, '아티초크'를 요리해 먹었다.

낯선 식재료 탐험하기

아티초크(Artichoke). 이름도 낯선 야채, 아니 꽃봉오리를 지인의 텃밭에서 얻어왔다. 자기는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걸 또 엄청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고 지인은 덧붙였다. 나도 가끔 야채가게에서 파는 것을 본 듯한 기억이 있을 뿐이었던지라 호기심이 발동해 몇 송이 얻어왔다. 


냄새도 딱히 나지 않고 봉오리는 단단한 채 잎끝은 날카롭게 가시처럼 딱딱하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지중해에서 자라는 엉겅퀴과인데 줄기나 뿌리까지 약재로 먹는 등 쓰임새가 꽤 많은 식물이었다. 손질법을 몇 번씩 읽어가며 다듬는 것부터 시작했다.

1. 줄기를 잘라내고 꽃봉이만 모은다.

2. 선인장처럼 단단하고 뾰족한 끝은 날카롭다. 그래서 보통은 작은 봉오리를 골라 가운데 부분을(heart) 주로 먹는단다. 딱딱한 잎끝은 가위로 일일이 잘라낸다. 

3. 깨끗이 씻어 반을 가르면 재료 손질은 끝이다.

4. 마늘이나 레몬을 넣고 쪄 잎을 하나씩 떼서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그릴에 구워서 고기와 먹기도 한단다.

소개해 놓은 요리법은 다양한데 익숙한 게 별로 없어서, 고추장에 재워 둔 닭다리에 넣고 같이 오븐에 구웠다.

흠... 이 오묘한 맛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도대체 비교할만한 맛을 찾을 수가 없어 표현을 하기가 어렵다. 일단 식감은 약간 죽순과 비슷하다. 퀴퀴하면서도 짙은 향은 '깔끔한 묵은지' 같다고 해야 하나.... 확실한 건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이라는 것.^^ 나도 딱히 다시 요리를 해 먹을 건 같진 않다. 한번 시도해 본 것 만으로 충분히 좋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티초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피사의 흔한 길거리 피자집에서 아티초크 한 가지만 토핑으로 올린 피자를 처음 본 뒤 호기심에 한 조각 사서 물었다가 그 놀라운 맛에 반해 한판을 사서 싹 다 먹은 기억이 있다. 시큼하고 퀴퀴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향이 고소한 치즈와 어울려 환상의 맛을 냈다. 그 여행을 통틀어 먹었던 모든 요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고 나는 호주로 돌아온 뒤 그 맛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날 동네 슈퍼 피클 코너에서 발견했다. 쉽게 구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피클이다. 아티초크 맛이 궁금한 분들은 입문을 위해 이 피클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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