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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0. 2023

호주, 루밥(Rhubarb)을 먹어보자.

낯선 야채 요리 해 먹기

지인 농장에 일을 도우러 갔다. 광활한 텃밭에 새로운 작물을 심기 전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싶어 했다. 대파와 루밥을 잔뜩 뽑았고 교회분들과 나눠 먹으려 몇 박스를 정리해 들고 왔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에서는 좀 낯선 루밥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루밥은 잎이 크고 울창하며 호박잎처럼 넓다. 매우 건강하고 튼실하고 다소 억새고 부피도 큰 야채이다. 셀러리와 크기나 질감이 비슷하다. 뿌리는 깊어 계속 새 줄기가 올라오는데 다 자란 줄기는 5-70센티에 이른다. 그런데 무성한 잎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고 자줏빛 줄기만 먹는다. 미국에서는 이 줄기를 야채가 아닌 과일로 쳐 준단다. 유통 규제나 관세 때문에 그렇다고도 하지만 생긴 것과는 달리 맛이나 용도가 과일스럽다. 

호주 사람들이 겨울에도 잘 자라는 루밥을 텃밭에서 종종 재배하는지라 한 번씩 얻곤 했었는데, 어떻게 먹을지를 몰라 요리법을 물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아는 방법은 한 가지이고 간단하다. 설탕을 넣고 살짝 조려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억샌듯 하지만 의외로 서걱서걱 시원하게 쉽게 잘린다.

물을 조금 넣고 끓이다 보면 단단해 보였던 형태가 금방 풀어지고 엄청난 수분이 쏟아지는데 그때 설탕을 넣고 녹을 정도로 조금 더 끓이면 끝이다. 

자주빛이 도는 겉 껍질 밑으로 싱싱하고 하얀 속살이 보인다.

신기한 건, 살짝 끓자마자 신 냄새가 난다는 것. 맛을 보면 레몬 이상으로 시큼하고 별 맛도 없다. 그런데 설탕이나 꿀을 더하면 새콤달콤하게 어우러져 맛있는 소스로 변신하는 마법이 이루어진다. 나는 주로 잼 대용으로 아침 토스트나 그릭 요거트 위에 얹어 먹는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살짝만 조려 모양을 유지시킨 뒤 디저트 접시 옆에 놓아 장식성을 살리기도 하고 컵케잌에 조린 루밥을 넣어 굽기도 한다. 그냥 다 풀어헤치도록 끓인 뒤 이 소스를 파이에도 넣고 아이스크림이나 기타 케잌류 위에 소스로 얹어 먹기도 하고 케잌 반죽 위에 토핑으로 올려 구워 먹어도 맛있다. 

커다란 뿌리 5-6개를 요리했는데, 작은 잼병 셋을 채웠다.

남미나 유럽 등에서도 흔하게 디저트로 먹는 다는데, 영국 등지에서는 살기 어려웠던 시절 (2차 대전이나 대공황)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을 때, 설탕에 절인 루밥 줄기를 아이들에게 주곤 했단다. 그도 아니면 루밥을 말려서 씹어 먹기도 했단다. 이곳 할머니들은 루밥을 뽑을 때면 신이 나서 그런 추억들을 이야기해 준다. 최상의 디저트는 아니지만 한때 눈물 나도록 맛있게 먹었던 그 기억에 지금도 한 번씩 찾아먹는 뭐 그런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  

말린 루밥. (빙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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