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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n 02. 2023

호주, 올리브 장아찌 만들기

난생처음 올리브 피클을 만들어 보았다.

지인이 뒷마당에 올리브가 잘 익었다며 와서 따먹으라 했다. 자신은 피클을 만드는 게 귀챦아 슈퍼에서 사 먹는다는데,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또 다른 지인 부부와 함께 올리브 피클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여러 수목이 우거져 원시림 같은 그녀의 뒷마당을 잘 살펴보니 올리브 나무가 몇 그루 있었고 열매도 꽤 많이 달려 있었다. 

호주 사람들은 올리브를 좋아해서 마당에 한 그루씩 키우는 일도 흔하다. 어느 해인가 옆집 올리브 나무 가지가 우리 집 담장을 넘어 뻗었는데 열매가 너무 많이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알이 굵고 검게 잘 익은 것이 탐스러워 하나 따서 입에 넣었다가 그 쓴 맛에 기겁을 하고 뱉어냈던 기억이 났다. 이건 못 먹는 올리브구나, 생각했었다.

근데 올리브는 원래 쓴맛이 난다는 사실을 이 날에서야 알았다. 지인에게 건네받은 레시피를 보니 검은 올리브는 4일, 초록 올리브는 6일 정도 매일 물을 갈아주며 담가 놓아 쓴 맛을 우선 제거해야 한단다. 지금 안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니 지금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배움에는 정말 끝이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무며 올리브를 하나씩 똑똑 따다 보니 금세 그릇이 찼다. 3킬로는 되는 듯했다.

기름을 짜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난 양의 올리브가 있어야 한다니 올해는 일단 피클 만들기부터 해 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1. 잘 씻은 올리브를 쓴맛이 잘 우러나도록 양 쪽에 칼집을 내준 뒤 깨끗이 소독한 병에 70%가량 채워 놓는다. 

2. 올리브가 잠기도록 맹물을 부은 뒤 열매가 뜨지 않도록 물을 채운 비닐봉지로 꾹 누른다. 


한국에서 오이지 담글 때 돌멩이를 얹어 놓듯이. 그러고 보니 열혈 주부가 아닌 나는 오이지를 담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뭔 바람이 불어 올리브 장아찌를 만들겠다고 나선건지...품에 올리브가 굴러 들어오니 안하던 짓도 하게된다.^^

3. 그렇게 5-6일간 하루에 한 번씩 물을 갈아준다. 

쓴맛이 좀 빠져나왔지만 과육을 먹으면 여전히 쓰다. 


4.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쓴맛이 완전히 빠질 것 같진 않아 레시피에 나온 대로 끓인 소금물을 식혀서 붓고 그 위에 올리브 오일을 부어 밀봉을 했다. 

이렇게 5주 동안 놔두면 올리브 장아찌가 짭짤하게 익는다. 완성된 올리브 피클은 상온에 두고 5-6개월을 먹을 수 있단다.

장아찌 먹듯 밥반찬으로 하나씩 집어 먹어도 별미이고 피자 토핑이나 파스타 소스에 잘게 썰어 넣어도 맛있을게다. 작은 병에 나눠 담아 이웃들과도 나누고 싶다. 그러니 맛있게 익어다오. 나의 올리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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