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호주, 전원주택은 어떻게 다를까?
와이너리가 곳곳에 있는 예쁜 시골 마을에 사는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몇 번 방문했던 적이 있어 다소 덤덤했는데 같이 동행했던 이들이 모두들 놀라며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집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나도 이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입이 떡 벌어졌었다. 집이 대단했던 것도 있지만 그동안 알아왔던 이 집 주인이 너무도 평범한 촌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상상을 못 했던 것이 진짜 이유였다.
그녀가 땀 흘려 가꾸는 과수원과 농장을 돌아보며 과연 호주인이 꿈꾸는 '드림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의 그것과는 무엇이 다를까? 나름 생각해 보았던 것을 정리해 보겠다.
호주인이 선망하는 드림 하우스는 한마디로 '초원의 집'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아닐까? 개인차도 있고 정확한 통계를 접한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난 주변 호주인의 취향은 대부분 그랬고 몇 년 전 읽었던 관련 신문기사를 더듬어 기억해 봐도 그렇다. 그런 꿈의 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호주에서도 그저 일부겠으나 꿈꿀 자유는 모두에게 있으니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일단은 규모가 매우 크다. 광활한 언덕 위에 우뚝 집을 짓고 그 주변에 온갖 과실나무를 심어 과수원을 짓고 소나 양 말 닭 오리 등등을 키우며 목축도 한다. 때가 되면 와인을 직접 담가먹어야 하니 포도원을 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목적에 맞게 언덕을 여기저기 분할하다 보면 나의 다정한 이웃은 저 언덕 너머에 살아야 한다. 이 동네 사람들은 각기 언덕을 하나씩 소유하고 멀찍이서 사이좋게 지낸다.
한국의 은퇴자들이 아담한 전원주택을 꿈꾸며 소박하게 밭일을 하려는 것과는 좀 스케일이 다르다. 그녀의 이 광활한 농장도 수백 에이커에 달하는 보통의 생산적 농장은 아니고 그저 소규모의 취미 생활을 위해 지은 'hobby farm'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땅이 넓은 나라라 뭐든 작게는 할 생각을 않는 듯하다.
주인장은 프랑스 프로방스 스타일로 대저택을 직접 짓고 여러 소품들을 유럽에서 공수해 와 인테리어를 했다. 너무도 아름다워 며칠 푹 쉬며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 한편으론 이 멋진 집을 어찌 관리하고 유지하며 살까 현실적인 걱정도 앞섰다. 여러 사정으로 달랑 두식구만 사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널찍하고 깔끔한 주방 옆의 와인장엔 먼지 쌓인 와인이 가득했다. 누군가가 '먼지 좀 털어야 하는 거 아니냐' 고 하자 또 누군가는'먼지가 쌓여 가치가 올라가는 거라'고 농담해 다 같이 웃었다.
사라져 가는 희귀종의 사과들을 모아 심었는데 마트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먹던 사과의 맛을 찾고 싶어서란다. 사과도 오렌지도 장미도 수십 수백 가지의 종들이 있다. 원하는 종자를 구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고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녀가 골라 심은 과수와 야채와 꽃들은 그녀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엄선된 것들이다. 해마다 위치를 로테이션해서 심을 만큼 농사법에도 신경을 써서 유기농으로 잘 키우지만 정작 먹을 사람이 없어 일일이 거둬들이지는 못한다.
호주의 초목을 먹고 자라는 앵거스 소는 육질이 좋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품종이다. 이 목장에서는 유전자 변종으로 만들어진 미니 사이즈 소를 키웠다. 때마다 한 마리씩 잡아먹기에 좋은 크기이다.^^
한국인들이 상추는 밭에서 키워도 삼겹살은 사다 먹는 것에 비해 호주인들은 소를 직접 키워 먹는 것도 좋아한다. 열혈 낚시꾼이 회도 좀 뜨고 매운탕도 잘 끓이듯이 농장주들은 기본적으로 정육 지식과 기술이 좀 있기 마련이다. 소를 잡아 부위별로 잘 나눠 초대형 냉동실에 저장을 하기도 하고 넓적 다리살을 크게 베어내어 간을 한 뒤 서늘한 곳에 몇 달을 매달아 건조해 햄을 만들기도 한다. 부속물들을 모아 잡내를 없어줄 양념과 허브를 섞어 살라미나 소세지도 만들어 먹는다. 한국인들이 농작물을 거둬 김장을 담근 뒤 한 계절을 나듯이 육식을 위주로 하는 호주인들은 소 한 마리로 이런저런 저장과 가공을 한 뒤 한 세월을 먹고사는 것이다.
이런 농장주들에게 승마는 흔한 취미이다. 교감을 중요시하는 동물인지라 아침저녁으로 끔찍이 아끼며 챙기고 캠프 드라프트(말몰이 스포츠)든 드레사지(마장 스포츠)든 아니면 그냥 동네 산책하려고 말을 타든 일상 속에서 말과 시간을 정말 많이 보낸다.
어린 시절 승마를 즐겼다는 그녀는 지금은 종마 전문가가 되었다. 좋은 품종의 말을 수태시켜 새끼말을 생산해 파는 일이다. 교배기가 되면 그녀는 말을 마차에 태워 수백 킬로의 장거리 이동을 마다하며 유전자가 우월한 종자마를 찾아다닌다. 족보와 유전 정보를 샅샅이 파헤치는 고급 정보와 기술이 동원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엄청난 시장이다. 믿거나 말거나..^^
소규모 취미 농장으로 분류되지만 규모가 크다 보니 걸어 다니기 어렵다. 트랙터나 불도우저 디거 정도의 중장비는 기본적으로 구비해 놓고 주인장이 직접 운전한다.
잡지책에서 오려 낸 듯한 아름다운 저택이고 그림 같은 농장이건만 과도한 노동으로 여인의 손은 거칠어져 있었다. 인생은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함께 은퇴 계획을 세웠던 남편을 추모하며 그녀는 그래도 10년 정도는 힘 닫는 데까지 농장을 꾸려보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따뜻한 햇볕을 즐기다가 수영장에 첨벙 뛰어드는 그녀의 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듯했다.
호주, 말의 세계의 더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