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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y 10. 2021

사과 나무를 심으며..

앞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으며 했던 생각들.

동네 수목원(Heronswood Nursery & Garden) 앞에 갖가지 모양의 호박들이 놓여있다.

과일나무를 심겠다는 생각은 지난해부터 했다.

팬테믹으로 집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평소 잘 안하던 시간과 품이 드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계획하던 중,

사과나무를 심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동네 화원(Nursery)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철학자의 격언을 모두가 기억한 것일까.

유명 과일 묘목은 품절이었다. 세상에나...

사과나 오렌지 나무는 몇주 몇달을 기다려야 한다하고, 몇주를 기다렸다 가보면 원치 않는 종자가 몇개 간신히 남아있곤 했다. 그래서 또 흐지부지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어머니 날을 맞아 우리 가족은 사과 나무를 다시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것이었다. 내가 원하던 종자는 후지사과였고 난장이 (Dwarf) 사이즈를 원했다. 예전에 살전 호주 시골 집에 사과 체리 자두 나무가 있었는데, 나무 높이가 3-4 미터에 이르다 보니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 해엔 열매에 감격해서 수확을 열심히 했지만 집집마다 과일 나무가 있어 나눠 먹기도 어렵고 잼을 한 솥을 만들어 교회 모금행사에서 판매까지 해봤는데 공을 들인 것에 비해 반응은 시들했다.

결국은 손닿는 열매는 대략 따서 먹고 나머지는 새들과 나눠먹었다. 많은 이들이 동일한 어려움을 느꼈나보다. 난장이 종자는 2미터 안쪽으로 자라 관리도 수확도 쉽고 차지하는 자리도 상대적으로 적다.


호주인들은 집에 오렌지나 레몬 나무 하나씩 심으려 한다. 아침 주스를 만들때,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때 마당에 나가 몇개씩 바로바로 따오는 것이다. 레몬 나무는 이미 심어져 있는 것이 있어, 우리는 씨없는 '위싱턴 네이블' 오렌지를 택했다. 과일로도 쥬스로도 먹기 쉬운 흔한 종자다.

사과 묘목을 하나 들고 계산대에 섰더니, 직원이 주변에 다른 사과 나무가 있냐고 물었다.

영문을 모른 채 없다 했더니, 사과는 두 그루가 같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었다.(Pollination 수분)

그러면서 '조나단' 종자를 같이 심기를 권했다. 두 그루를 심기엔 자리가 넓지 않다했더니, 묘목을 15센치 간격으로 가깝게 심으면 얘들이 알아서 한그루 처럼 섞여 자란다나..

세상에 태어나 첨들어 보는 말들....

농기술이 어찌나 발달했는지 한 나무에서 사과와 배를, 자두와 살구를 동시에 키울 수도 있단다.


내침김에 화원 멤버 유료 가입까지 했다.(Diggers Club) 꽃 야채 과일 모든 식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때가 되면 씨앗도 무료로 주고 빅토리아 주안에 있는 3개의 자매 정원 무료입장 혜택이 있다. 묘목 값도 할인해 줬다. 이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보자..

왼쪽 사진은 무화과 나무.

지인이 자기집 마당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꺾어 화분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한 뒤 건네 주었다. 무화과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열매는 폭신하니 달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잼으로 만들거나 빵을 구울 때 잘라 넣으면 오도독 씨앗을 씹는 촉감이 재밌다.

오랫동안 계획했던 나무들을 심고나니 뿌듯하다. 온가족이 흙을 파고 같이 심어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식수행사가 됐다.^^ 맺힐 열매들을 기대해본다. 해마다 즐거움과 추억을 더하는 나무들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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