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기 Jun 10. 2021

'가정'을 배려하지 않는 한국사회, 호주와 비교하니..

호주 부모가 퇴근 후 하는 일은?


신문을 읽다 보면 그 사회가 보인다. 한국 신문을 읽다 보면 유난히 술과 얽힌 기사가 많이 나온다.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하기도 하고 술집 여자를 폭행하기도 하지만 양심과 체면을 겸비했을 듯한 경제인과 정치인 교육자들도 늘 술 바닥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건씩의 정치 경제 사회면 기사는 (연예면은 말할 것도 없고)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들로 채워진다. 도대체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는 이 없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술에 찌들어 있는지를 새삼 비판하지는 않겠다. 난 사회 구성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이런 사회문화로 인해 얼마나 황폐해지고 서러워졌는가를 살펴보고 싶다. 


1.    퇴근 후 회식과 음주, 꼭 필요한가?


한국은 아직도 퇴근 후 음주 회식 문화가 흔하다. 예전과는 달리 공연도 보고 운동도 하고 건전한 방법을 찾기도 한다지만, 왜 그런 것들을 가족이 아닌 회사 동료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회사일, 정치적 사안을 퇴근 후 술집에서 만취 상태에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멜번에서 공부할 때 작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카페 위치가 주 국회 바로 맞은편이었는데, 점심때가 되면 샌드위치 주문 배달로 매우 바빴다. 커다란 쟁반에 갖가지 샌드위치를 푸짐히 잘라 담으면, 누군가가 그 쟁반을 들고 국회로 몇 번씩 뛰어 날랐다. ‘도대체 누가 저걸 먹느냐?’고 물었더니 매니저는 ‘국회의원들이 회의하다가 점심을 먹는 거’라고 했다. 그때 머리가 멍해지도록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국회위원이 고작 샌드위치 조각 먹고 회의를 하는구나. 이들은 점심 먹을 시간조차 아껴가며 정책을 논의하고 일을 한다. 그리고 제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간다. 왜? 그들 대부분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    자녀교육의 비법, 저녁 함께 먹기??

한국에서 요즘 자녀의 인성이나 지능개발을 논하며 ‘밥상머리 교육’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대화도 하고 서로 신경도 쓰면,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서글프다. 이것도 비법이라고 캠페인 벌이듯 해야 하는가!


호주 대부분의 건강한 가정은 가족들이 하루에 두 끼 이상을 같이 먹는다. 비록 점심은 학교나 회사에 가서 먹는다 할지라도. 가족이란 무엇인가? ‘식구’, 말 그대로 모여서 한솥밥을 같이 떠먹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가족들은 더 이상 둘러앉아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은 일이 바쁘고 자녀는 학원엘 가야 한다니. 한국은 이미 가족도 해체되고 가정도 붕괴된 것은 아닌가 싶다.


호주 사람들은 백날 설명을 해도 ‘기러기 엄마’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가족이 고작 자녀 유학을 목적으로 이렇게 떨어져 남남으로 사는지. 자녀와 아빠를 장기간 단절시키는지. 그걸 끝내 설득 못하고 돌아서던 어느 기러기 엄마가 내게 푸념했다. “한국에 있어봐야 얼굴 못 보는 건 마찬가지야. 주말에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차라리 외국에 나와 있으니 일 년에 한 번이라도 가족끼리 여행도 하며 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전화 한 통도 공들여하잖아’ 한다. 여러 기러기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에서는 별거나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도 주중에는 엄마와 살다가 주말에는 거처를 아빠 집으로 옮겨 내내 붙어서 무언가를 한다. 주중에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아빠는 주말을 아이들에게 온전히 바친다. 값비싼 유학비를 장만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하지만 호주의 이혼한 아빠들보다도 자녀에게 시간을 내줄 수 없는 게 한국 아빠들의 현실인가… 그게 단지 일이 많아서일까?


3.    출산율 저하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다. 한국 여자들은 왜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걸까? 알려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사회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아버지의 부재다. 내 경험상 육아란 혼자 하면 지루하고 처절하게 힘들지만, 둘이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일이다. 여기서 둘이란 엄마와 할머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호주 아기들은 엄마와 아빠의 손길로 성장하고 부부도 공동으로 육아에 책임을 다하고 같이 힘들어하며 가정이란 울타리를 견고하게 다져 나간다.

한국은 아기를 낳으면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싱글맘이 되는 분위기다. 아빠가 늘 사회생활로 바빠 부재중이니까. 예전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많은 동료 애 아빠들이 집에 가도 쉴 수가 없다며 들어가질 않고 술자리를 기웃댔다. 그땐 나도 싱글이고 육아가 뭔지 몰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할수록 기가 찬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다르다고는 하지만. 각 개인의 인식 수준도 문제고 사회 문화와 구조도 인식 있는 남자들을 반갑게 지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부모가 자녀를 품에 안고 사랑으로 다독여 키우는 가정이란 존재의 의미와 역할은 깡그리 무시된 채 좀 크면 경쟁 분위기 속에서 학원으로 몰아내야 하니, 여자들이 애 낳고 빈 껍데기 가정을 유지하고 싶겠는가?


호주는 지지난 선거에 특이한 정당이 나타나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었다. 이름하여, 가족 우선당 (Family First Party). 가정의 가치를 중시하고 가정이 보호받는 정책을 세우겠다는 소수 신생 정당이었는데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었다.

개인이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정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가족을 소홀히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는 명목 하에.


이제는 가정의 의미와 가치를 숙고하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제자리를 가정 안에서 먼저 지켜야 한다. 가정의 울타리는 각 구성원이 성실히 제 역할을 할 때 견고하게 세워진다. 사회가 나서서 ‘가정 최우선’을 외쳐야 한다. 가정이 튼튼해야 밝은 사회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2010/10/25 씀.)


호주 동네마다 흔한 풋티나 크리켓 (한국으로 치면 유소년 축구 야구쯤) 팀 운영은 내 경험으로 볼 때 90% 이상 부모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코치 감독 심판 물배달 행정 운전 응급처치 등등의 역할을 하며 아이들이 매주 훈련과 시합을 할 때 제시간에 퇴근한 부모는 팀의 일원이 되어 함께 뛴다. 부모들은 몸소 뛰면서 자녀 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부모와 함께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