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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Dec 13. 2021

호주, 가정 해체 & 가족 재조합은 이렇다.

가족관계가 복잡한 이유는?

한국에선, 누군가를 만났을 때 흔히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가족 관계이다. 대게는 '부모님이 계시고 1남 2녀 중 막내입니다' 쯤으로 대답을 하는. 호주인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의외로 복잡하고 어수선한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꼭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면 묻지 않는 것이 나은 질문이다.) '물론 부모님이 계시고 누나가 있고 남동생도 하나 있죠. 이복동생(Half Brother)이 둘 있고 피가 섞이지 않은 누나(Step sister)가 둘 있어요. 엄마 쪽으로도 스텝 브라더와 하프 시스터가 한 명씩 더 있답니다. 지금은 엄마와 엄마의 피트너 그리고 하프 시스터랑 같이 살고 있지요' 같은 대답 말이다.


처음엔 이런 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스텝과 하프가 어떻게 다른지 개념조차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 경우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엄마와 아빠가 2남 1녀를 낳고 살다가 이혼했다. 아빠는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는데 (결혼인지 동거인지 불분명하다.) 딸 둘(스텝 시스터)을 데리고 들어 온 이 여인은 아빠와의 사이에서 아들 둘(하프 브라더)을 낳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복잡한데, 이혼하고 집 나간 엄마가 수절하며 조용히 사는 게 아니다. 엄마 또한 다른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는데 이 남자는 아들을 하나 데리고 들어 왔고 엄마랑 살면서 딸을 하나 낳게 된 것이다.


호주에서 미성년 자녀를 둔 이혼 가정은 정말 바쁘다. 주말이면 전 부인과 같이 사는 아이들을 데려와서 챙겨주고 같이 놀고 데려다주고 또 현부인이 데리고 온 아이를 주말 동안 전 남편과 보낼 수 있도록 보내고 다시 데려온다. 처음엔 왜 이리 복잡하게 삶을 꾸려가는지 의아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되는 부분들이 늘어간다. 어른들이야 어떤 이유로 이혼을 했을지라도 부모로서의 공동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갸륵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이혼이란 서로가 더 이상 배우자가 아님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지만 부모로서의 의무와 권리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부부로서는 이혼을 하고 가정을 해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나 자녀의 학교 문제를 의논하고 아이들과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크리스마스 휴가를 이쪽 가족이랑 보낼지 저쪽 가족이랑 보낼지 등을 매번 상의한다.


일찍부터 이혼의 역사가 자리 잡은 사회인지라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도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되어 왔고 그래서 조금 성숙한 방법으로 이혼 후를 대처하는 듯하다. (물론 이곳에도 나 몰라라 하는 한심한 부모가 있지만) 이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한번 일군 가정을 잘 이끄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 각 가족 구성원의 상처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한국사회도 근래에 와서 이혼율이 치솟는데, 사후 대처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중요하다. 상당수가 이혼 후 한쪽 부모와 완전히 연락이 끊기거나 혹은 사생아 같은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숨겨진 존재로 어둠 속에 머물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한국 드라마의 아주 흔한 소재인 출생의 비밀, 알고 보니 이복형제 등등의 이슈들은 해체 가정의 문제들을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나 사회 문화가 제대로 감싸주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죄다 콩가루지만 그 콩가루조차 긁어모아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떡을 치며 아웅다웅 사는 모습이 때론 훨씬 더 인간적이고 사람 사는 모습답다는 생각을 해봤다. (2009/3/3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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