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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6. 2021

호주, 오팔 광산에서 캠핑하다.

쿠버 피디, 땅속 마을이 놀라워.

쿠버 피디(Coober Pedy). 아들레이드와 울룰루 사이에 있는 마을이다. 아들레이드가 있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를 벗어나면 대략 아웃백 분위기가 나면서 황량한 벌판이 수천 킬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가 하루 종일.. 이 길을 2천 킬로 직진만 하면 울룰루가 나오는 것이다.참, 쉽다...;;

도대체 사람이고 생물이고 살지 않을 듯한 메마른 땅들이 이어지는데, 울룰루 여행길에 나선 사람들은 대략 쿠버 피디에서 1-2박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팔(Opal) 광산으로 유명하다.

이 기막히게 황량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이유가 오팔이란 보석 때문이다. 깊숙이 땅을 파 들어가 보니 무궁무진한 오팔이 묻혀 있었다는 것. 대륙을 차지한 호주 이민 1세대들은 세계 각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불러 모았다.

세르비아 노동자들이 세운 정교회.

많은 노동자들이 동유럽에 있는 세르비아에서 왔었나 보다. 지금은 예배는 없고 그냥 관광지가 된 듯한데, 한 때 광산이었던 동굴을 교회로 만든 것이다.

이 지역은 낮에는 날씨가 덥고 건조하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지기도 하는데, 동굴 속은 언제나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정 온도를 유지한단다. 그래서 초기에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언덕을 하나씩 정한 뒤 망치로 쪼아내며 뚫고 들어가 동굴을 하나씩 만들고 그곳에서 살았단다. 방이 더 필요하면 옆으로 파 들어가고 아래층이 필요하면 밑으로 파 들어가고.. 그렇게 꽤 안락하고도 널찍한 공간들이 거주지로 마련되었다. 

땅 속 박물관. 미술관, 호텔. 세상에서 하나 뿐인 땅속 마을, 땅굴 마을.

한쪽에서는 아직도 오팔 채굴이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이미 채굴이 끝난 텅 빈 동굴들을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관광마을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쓸모없이 버려졌던 동굴들이 하나씩 변신했다. 박물관 미술관 호텔... 모든 시설이 땅 속에 있다. 땅 속 마을은 놀랍도록 훤하고 정교하고 독특하다. 물론 땅 위에도 집이 있고 가게가 있지만 이 지역에 오래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땅 속에 산단다. 냉난방이 필요 없으니까..^^

미술관 앞 지상인데, 광산에서 사용했던 녹슨 철기구들을 재활용한 조각들이 여기저기. 어쨌든 마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80년대 유명 영화 '매드 맥스'의 촬영지 이기도 했다는 마을. 맬 깁슨과 티나 터너가 나오는데 어릴 때 티브이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여긴 호텔. 객실도 땅 속에.. 있을 것 다 있고 고급지다. 부자들이 경비행기 타고 온다.

하얀 석회암 같기도 하고 라임스톤이라고 듣기도 한 것 같고 어쨌든 가루로 잘 부숴지면서도 지탱하는 힘은 단단한 그런 돌이란다. 건조하고 메말라 어디를 가나 뽀얀 가루들이 날린다. 이 마을 외에는 주변이 죄다 광산이라 딱히 볼 것이 없는데도 관광객이 몰린다. 하루 이틀 정도는 재미있게 땅 속을 돌아다닐 만하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관광업자, 광산업자들이라는데 참 대단하다. 아니 이들의 생존력이 대단한 건지, 오팔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도 땅속 마을 캠핑 그라운드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캠핑장도 땅 속에 있었던 것. 미로처럼 뚫리고 연결된 동굴들이 곳곳에 있었다. 티브이 룸도 있고 인터넷도 된다는데 마침 고장 났단다. 편의 시설이 꽤 그럴듯했다.

저녁이 되자 캠핑장 측에서 광산과 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투어를 열었다. 투숙객들이 한데 모여 가이드를 따라 동굴 속을 탐험했다.

오팔을 어떻게 캐내는가? 땅굴은 어떻게 파는가?

광산에서 쓰는 다이너마이트 가루. 동굴 캠핑장의 휴게실
저 쇠꼬챙이 두개를 들고 걷다가 갑자기 꼬챙이가 x자로 꼬이면 그 언저리에 오팔이 있다는..

우리는 동굴 캠핑 그라운드에 터를 잡았는데 문짝도 창문도 없는 동굴이 아늑하기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텐트를 거두며 수선 떨기도 복잡해 그냥 침낭만 달랑 깔고 하룻밤을 잤다. 그러다 보니 '노숙인이 따로 없구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동굴 속의 하룻밤이었다.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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