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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5. 2021

호주 '캠핑문화'는 이렇다.

이곳저곳 캠프장 안에서 느낀 것들.

호주 여러 곳을 돌며 캠핑을 하면서 한국과는 좀 다르지 않나 싶은 점들을 정리해 보겠다. 사실 한국에서 최근에 캠핑을 해본건 아니라 내 생각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최근에 인기라는 몇몇 캠핑장을 돌아본 적은 있어서 양국의 캠핑 문화를 이번 여행을 토대로 비교해볼까 한다.     

울룰루 캠프장. 호텔 모텔 캐빈 캠프장이 다 함께 있는 종합 리조트인데 5천명 수용도 가능하다고..

그런데 하필 우리가 간 날 모두 예약이 찼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사이트만 아직 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통 전기가 들어오는 사이트로 가서 전기 도구들을 이용하며 문명의 이기를 누렸는데...;; 게다가 이곳은 캠핑장 담장을 훌쩍 지나 그냥 허허벌판이었다. 썰렁~~ 

근사한 캠핑카 사이로 우리 텐트가 홀로.  캠핑장 안은 북적이는데 전기도 시설도 없는 사이트라 허허벌판이고 한적.

1. 캠핑장 안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우선은 전기가 들어오는 곳, 들어오지 않는 곳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 텐트를 치면 전기를 쓰는 주방도구나 렌턴들을 이용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텐트를 치면 자체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 도구를 이용하거나 (그러는 사람도 많다.) 가스를 이용하거나 공동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하거나 해야 한다. 캠핑카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 일부러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저렴하고 한적한 곳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용 화장실이 필요하냐는 옵션도 있다. 보통은 공동 화장실이나 욕실을 쓰는데, 간혹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하는 이들은 야밤에 20미터 걷기가 부담스러워 전용 화장실이 있는 사이트를 찾는다. 

텐트장 바로 옆에 번듯한 개인 화장실이 하나씩 서 있다. 어떤 이들은 주거용 텐트 옆에 별도의 텐트를 세워 자체적으로 이동용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하고.     

공동 부엌. 시설은 심플하다. 장점은 여러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또 비가 오거나 할 경우 텐트를 치는 대신 캐빈(부엌이 딸린 숙소)이나 모텔(부엌이 없는)에서 묵을 수 있도록 캠핑장 안에 여러 등급의 다양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도 2주 중 날씨가 안 좋았던 3일 정도는 캐빈을 예약해서 묵었다. 그러나 다수의 캠퍼들은 비가 와도 별 상관없이 캠핑을 이어가기도 한다. 

차 위에 세운 삼각 텐트. 차와 연계해서 설치하는 텐트가 인기있다. 차안의 짐들을 다 끌어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고 차량 이동이 쉽지않다는 단점도 있고.


2. 살림은 최대한 차린다.^^       

텐트 옆에 빨랫줄은 기본이다. 아이를 위해 옆 나무에 그넷줄도 묶는다.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별별 살림이며 편의 도구들을 다 끌고 다닌다.    

캐러밴을 앞뒤로 확장해 침실을 만든다.  클래식 버스를 개조한 캐러밴.  캐러밴 옆에 설치한 다이닝룸 

스먹(smug). 수면용 1인 텐트. 납작하게 세운 뒤 침낭을 들고 들어가 잔다. 부피도 작고 가벼워 캠핑보다 하이킹에 적당하다.  보통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며 즐거움을 찾다가, 나중엔 캠프장마저 인위적이고 소란하다 싶을 때가 오는데, 그때 사람들은 이런 스먹 하나 들고 물도 전기도 없는 깊은 야산을 홀로 헤매며 때 묻지 않은 야생의 삶을 추구하게 된단다.  






3. 놀 때는 너무도 건전하고 진지하게..  

캠프장 안에 있는 놀이터, 버기카 렌트, 산악 자전거 트랙
자전거나 보트는 기본적으로 매달고 다닌다.

 캠핑장 안에는 수영장 놀이터 티브이룸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다. 음주가 허락되는 캠핑장도 있고 금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어디든 고성방가나 음주가무는 전혀 없다.  밤 10시 이후엔 차 시동도 걸지 못한다. 대부분 가족 중심으로 캠핑을 해서인지 매우 건전하다. 옆 텐트의 사람들이 제법 늦게 고기를 구우며 저녁을 먹는가 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그들은 벌써 일어나 텐트를 거두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캠핑장은 이미 길 떠나는 이들로 북적.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쩜 이리도 근면 성실하게 계획적으로 노는지.. 물론 이런 식으로 공부나 일을 하라 한다면 무척 황당해하겠지만..ㅋ      

하긴 여행 거리가 너무 멀고 중간에 마땅히 쉴 곳도 없어서 계획대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다음 예정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면도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여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놀다가 오후엔 캠핑장 안에서 또 남은 힘을 다해 수영도 하고 산악자전거도 타고 빨래도 하고 저녁도 하고 하다가 해 떨어지면 바로 자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팬케잌 데이. 20장씩 쉬지않고 구워도 줄은 줄어들지 않고..^^ 캠핑족들은 한끼 부담을 덜며 흐뭇.

4. 다양한 캠프장 프로그램.      

접시와 포크만 들고 오라는 안내를 보고 갔더니 할아버지 두 분이 정신없이 팬케잌을 굽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이런 경우 주로 은퇴한 할아버지들이 요리를 한다. 

놀이시설도 다양하지만 그 지역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짜서 캠핑족들을 즐겁게 한다. 가령, 어떤 밤엔 원주민들이 음악 공연을 하기도 하고 별자리를 찾는 밤, 4륜 구동 운전자들을 위한 여행 팁, 팬케익 데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나 꽃에 대한 강연, 야외 영화의 밤 등등.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사람들을 모아 정보도 제공하고 서로 교제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오전부터 바위산 등반을 다닌 여행객들이 캠프장에 돌아와 쉬엄쉬엄 참가할 만하다.   


5. 캠핑 단체 여행은?  

코치, 2인용 텐트, 상업용 주방 트레일러.

이곳으로 공공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이들도 많고 개인 경비행기를 타고 이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온다. 나도 십여 년 전(1999년^^) 이곳을 처음 왔을 때 저런 버스를 타고 왔었다. 대학에서 방학중에 유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 저렴하고 알찼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이드가 이 차를 버스라 하면 절대 안 되고 꼭'코치'(Coach-우등 버스?)로 부르라고 강조했던 게 생각난다. 30여 명의 학생이나 교직자들이 여행을 신청했는데, 코치 한 대가 움직일 때 운전자 2명(휴식시간 맞춰가며 교대로 운전), 요리사와 보조 요리사, 가이드 몇 명이 필수적으로 동승해서 놀랐다. 코치 뒤에는 이런 트레일러가 따라다니는데 오븐과 냉장고가 딸려 있고 근 40명의 2주간 3끼 식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완벽한 상업용 부엌이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2인용 간이 텐트. 여행객은 각자의 침낭과 식기 세면도구만 챙기면 됐었다. 물론 텐트를 세우거나 자기 먹은 그릇 설거지는 스스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호강했던 여행이었는데, 당시엔 끔찍했던 긴 운전이며 익숙지 않은 잠자리며 구시렁댔던 것 같다.  그래도 일생에 한 번은 와볼 만한 곳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는데, 이렇게 10여년 뒤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직접 머리 굴려 계획 세우고 차를 운전하고 텐트를 치고 걷고 밥을 해 먹고 치우고 첫새벽에 일어나 산을 몇 개씩 타며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해야 하는 여행.  무슨 특공대 훈련이라도 마친 것 같다. 이젠 어디든 침투될 준비가 된.. 아이가 딸려 위장도 쉬운..ㅎㅎ 

(2012년 10월) 


* 사진을 찾는 것도 그렇고 지난 글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도 꽤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인데, 하다 보니 옛 추억도 떠오르고 나름 즐겁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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