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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3. 2021

호주 로드 캠핑-'올가'에 오르다.

어느 석공이 쪼아 낸 둥근 바위들.

그저 비슷한 바위 사진만 올리게 되는데, 어쩔 수 없다. 파리의 에펠 타워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가 같은 현대건축이라도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두 도시를 따로 방문해서 봐야 하는 것처럼, 이 바위산 들도 모양이며 분위기며 개성이고가 다 다르다. 그나마 서로 3-40 킬로 떨어진 정도라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일 뿐.

전편에 소개한 울룰루의 파트너 격인 바위다. 이름은 올가(Olga). 울룰루가 묵직하고 남성적이고 위엄이 있다면 올가는 부드럽고 여성적이고 동글동글하니 유머가 느껴진다. (알고 보면 이들도 역시나 묵직한 바위 덩어리이지만;;)

올가의 돌들은 모두 둥글다. 모나거나 날카로운 면이 없다. 구비구비 겹겹이... 도대체 어느 석공이 이리도 정을 쉬지 않았는지..

9-10월은 이곳을 여행하기 좋은 날씨라고들 한다.(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이기에 이때가 봄이다.) 여름이 되면 너무 덥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후엔 35도까지 올라 무더운 여름 한낮 같았고 아침저녁으로는 긴 팔을 입고도 선선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부지런을 떨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위며 산이며 부지런히 오르고 하다가 오후가 되면 느긋하게 근처의 문화관을 어슬렁대거나 캠프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했다.


어쨌든 여행 중엔 연이어 장거리 운전을 했고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났으며 (캠프장의 햇볕과 새소리에 늦잠을 자기도 어려웠다.) 거의 하루에 하나씩 산을 탔는데도 피곤한 줄 몰랐다. 비록 초저녁에 쓰러져 잘 지언정... 이 바위들로부터 어떤 에너지를 공급받은 건가 싶기도 하고, 원래 놀 때는 없던 힘도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ㅎ

울룰루를 보러 온 사람들은 하루쯤은 올가를 찾게 되는데, 우리도 울룰루 이른 아침 등반을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 두 바위가 마주 보고 있다. 하지만 차를 타고 다시 4-50분은 달려야 하는 거리다.

올가를 오르기 전, 간단히 점심을 먹었는데 빵 모양이 바위와 꽤 닮아서.ㅎㅎ 이곳을(이곳뿐 아니라 호주 어디든 장거리) 여행할 땐 먹거리들을 늘 차량에 싸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사 먹을 곳이 거의 없기도 하고, 어쩌다 있다 해도 이동거리나 시간 때문에 때에 맞춰 끼니를 때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흔히 '피크닉 런치'라 하는 빵이나 햄 치즈 과일 야채 등등을 냉동 백에 챙겨 놨다가 때맞춰 꺼내 먹으면 좋다. 식당은 없지만 곳곳에 테이블이며 의자며 그늘막이(피크닉 그라운드) 잘 마련되어 있다.

또 이곳 사람들은 물병 하나만 들고 산에 오른다. 오르기 전후에 주차장이든 차 안에서 뭔가를 먹어 에너지를 보충한다. 산을 오르는 중이나 산 정상에서 뭔가를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동네에 많이 사는 리저드. 도마뱀류인데 종류도 이름도 다양하다. 손가락만한 것 부터 팔뚝 만한 것까지. 이 지역 동물원에 갔더니 리저드류만 수십 가지가 잔뜩...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눈만 껌뻑댄다. 바늘로 살짝 뚫어놓은 듯한 콧구멍 사이로 날공기가 들고 나는지 작은 가슴이 팔딱댄다. 생명이란 신비하다. 이 뜨겁고 메마른 붉은 모래 아래서 어찌 살아가는지..

 어쨌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며칠 동안은 몸도 정신도 멍해져 도대체 정신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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