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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2. 2021

호주 울룰루 로드 캠핑 이야기

세계의 배꼽은 여기!

이 주간 캠핑여행을 다녀왔다. 호주 대륙의 중심부(Central Australia), 레드 센터라 불리는 곳으로.

왕복 6천 킬로를 달린 거리다. 서울과 부산을 12번쯤 왕복한 거리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대략 하루에 주유를 두세 번씩 해가며 매일 서울 부산 거리를 달려 일주일 만에 이곳에 이른 것으로 보면 된다. 실제론 하루에 더 긴 거리를 달렸고 (최고 기록은 하루 12시간 운전, 시속 100-140 정도로^^) 일주일 정도를 이 바위를 중심으로 레드센터에서 조금 여유 있게 머물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먼데를 왜 그리 달렸냐고 묻는다면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여행 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가이드 북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 본 울룰루.

인적도 드물고 (지금은 초대형 관광 리조트가 조성되어 있지만) 사람이 살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의 이곳에 세상에서 제일 큰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에어즈 락(Ayre's Rock). 이곳 원주민(에버리진)들은 자기들 언어로 '울룰루'라 부른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이 바위 하나 보자고 비행기 타고 날아오고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달려온다.

세계의 배꼽이란 애칭이 있는 이 바위는 둘레만 10 킬로에 달하고 높이는 860여 미터에 달하는데, 이 바위산은 결국 한 개의 바위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수치로는 와닿지 않는 감동이 이 바위에 있다. 수천 킬로를 등뼈가 쑤시도록 달려와도 불평할 수 없는 위엄과 신비로움 경이로움 등등...   

바위는 구석구석이 모두 신비롭다. 동굴도 나오고 깎아지른 절벽도 나오고 말라붙은 폭포의 흔적도 있고...  

3일간 이곳에 머물며 날마다 바위를 감상했다. 멀리서 바라보다가 차를 타고 주변을 달리다 내려서 트랙 길을 걸으며 바위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어느 날은 산을 타고 정상까지 오르기도 하고..

가이드가 원주민들의 사냥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구름같이 몰려드는 투어 관광객들.  

어떤 이는 헬리 콥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누구는 모터 사이클을 타고 달리며 누구는 낙타를 타고 이 바위를 거닌다.  동이 틀 때 나가서 보는 위치도 지정되어 있다. 떠오르는 햇빛에 바위의 빛깔이 보라색으로 변한다. 해가 질 때 보는 위치도 있다. 석양의 붉은빛이 반사되어 바위는 빨갛게 불타오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도 수시로 달라지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색깔까지 달라진다. 약간의 비가 흩뿌리더니 무지개가 떴다. 바위를 휘감은 영롱한 무지개라니..  

원주민들이 동굴에 그린 그림들.  

해가 질 무렵 와인빛이 감도는..   

온갖 종류의 차를 끌고 와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이들.. 느긋하게 자리 잡고 통닭 한 마리를 저녁으로 뜯으며 해가 지는 모습을 즐겼다.^^   문명의 세계를 비웃듯 태곳적 모습으로 위엄 있게 서서 세계에서 모여든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보라고.. 발버둥 치지 말라고.. 내일도 역시 해는 뜰 것이라고..   

그다음 날은.. 동트기 전 어두운 새벽에 텐트에서 부스스 일어나 세수도 아침도 생략하고 바위로 또 달렸다.

6시 30분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두운 곳에 서서 기다리다가 동트는 햇볕을 받으며 회색빛 보랏빛으로 변하는 아침 바위를 보았다. 아름답고 신선하고 환희롭고 감동스러운..   

이곳에 모인 관광객들은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고 제각각 감동받고 먼길 달려온 고생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 날은 울룰루를 등반하기로 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은 예나 지금이나 많다. (참, 나는 1999년 싱글일 때도 이곳을 한번 캠핑 왔었다.) 이 바위를 모티브로 한 일본 영화가 있었는데, 제목도 줄거리도 생각 안 난다. 어쨌든 일본 사람들 이곳 좋아한다.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말하자면 니콜 키드먼이 나온 '오스트레일리아' 란 영화가 이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암 선셋'이란 독립 영화는 이곳을 여행 오는 별별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역시 이 지역의 삶과 분위기를 잘 표현한 코믹 감동 영화이다.   


바위산은 오르기가 쉽다고 할 수도 있고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초반에 급경사가 심해서 심장 약한 사람들은 못 오른다. 다른 산들과는 달리 시야를 가로막는 게 없어서 한발 오를 때마다 그 높이를 바로 실감할 수 있는데, 별생각 없이 오르다 잠깐 밑을 내려다보고 오금이 저려 경악을 한다. 급경사 높은 절벽에 대롱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래서 오르는 동안 절대 밑을 내려다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무슨 오르는 재미가 있는가 말이다.;; 초반은 어렵고 뒤로 갈수록 쉬어지며 오르기보다 내려가가기가 어렵다고도 하고..   

울룰루 정상에서 바라본 파트너 바위 '올가' (이 바위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어쨌든 광활하고 밋밋한 대평원(수천수만 제곱 킬로의 땅) 위에 이런 바위 하나가 불뚝 솟아올라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Oz Outback'이란 매거진을 새로 시작한다.

호주 사람들은 오스트레일리아란 나라 이름이나 자신들을 지칭할 때 Aussie 혹은 Oz로 줄여 지칭한다. Outback이란 한국말로 도시와는 떨어진 덜 개발된 '오지'혹은 야생의 삶쯤을 말한다. (이 이름의 호주 고깃집 체인이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

시드니 멜번등의 대도시와는 확실히 다른 자연환경과 삶의 방식이 있는데 호주인들은 이런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이고 선조들이 이 땅에 처음 들어와 대자연을 개척하며 살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호주인을 알려면 반드시 경험해보고 이해해야 하는 이들의 삶과 사고의 근간. 그런 곳 그런 것들을 탐험한 로드 캠핑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겠다.(2012년 10월 8일 씀.)


**지금은 원주민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이 신성한 땅으로 여기는 울룰루의 등반을 완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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