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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r 31. 2021

No. 16 바닷가를 걸으며

인적 없는 바다를 홀로 걸을 때 하는 생각들.

오늘은 No.16 바닷가를 걸었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으니 저녁 즈음에 종종 걷게 된다. 근처의 유명 바다들에 비해 덜 알려져서인지 대체로 조용하지만 사진작가들이 그룹을 지어 찾을 만큼 바위와 바다 절벽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7년 전 처음 이 바다를  찾았을 때의 생경했던 느낌이 기억난다.

도대체 왜 아무도 없는 걸까? '상어 출몰 위험지역이니 출입 금지하시오' 사인을 나만 못 본 걸까? 불안했다.

시간이 좀 지나선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넓은 바다를 나 홀로 전세 내어 걸어도 되는 건가? 내가 누구 관대 이런 호사를 누린단 말인가...


지금은 그냥 감사하며 걷는다.

이 바다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구나. 그래, 마음껏 누리자. 

만끽하며 누리기로 했다.

리저드 해드(Lizard Head Rock), 이 바닷가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다. 아마도 한국이었으면 용머리 바위라 하지 않았을까?

호주 사람들이 예뻐라 하는 팔뚝만 한 크기의 도마뱀이다. 호주 전역에 다양한 종류의 리저드가 있는데 종종 집 마당에도 기거한다. 우리 집 뒷마당에도 한동안 한 마리가 들락날락했는데, 느릿느릿 움직이며 쨍한 오후에 어디선가 기어 나와 햇볕을 쬐다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얼핏 징그럽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충을 잡아먹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이곳 사람들은 이름까지 지어 부르며 애완동물 대하듯 한다. 자세히 보면 색상과 패턴이 다양하고 독특하고 아름답다. 명품 디자이너들이 왜 이런 가죽들을 보며 열광을 하는지 이해를 하게 됐다. 하지만 가방이나 허리띠 살 때 야생동물들의 생명도 한 번쯤은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더 늘어야 하지 않을까?

리저드 바위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늘 감사하고 평화롭다.

No.16 바다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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