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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1. 2021

호주 시골길, 유쾌한 교통 체증

스톡마켓도 다르더라.

스킵튼은 조용한 동네다. 시속 100킬로로 한 시간을 넘게 달려도 앞뒤로 따라붙는 차가 한 대도 없을 때가 흔하다. 그런 이 동네에서도 가끔은 길이 막히는데 바로 이런 경우이다.        

양 떼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것. 이쪽 들판에서 한동안 풀을 뜯던 양들이 다른 쪽 들판으로 이동하며 찻길을 건넌다. 대략 주인이 말이나 트랙터 위에 앉아 방향을 잡으면, 잘 훈련된 사냥개 서너 마리가 이리저리 바쁘게 뛰며 양들이 흩어지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짖기도 하고 물기도 하며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이곳 농장들은 대체로 규모에 비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놀라게 되는데, 첫째는 기계화가 잘되어 있어서 그렇고 (평소에는 수십만 평의 농장에서 두어 사람이 일한다. 추수 때나 양털을 깎을 때등 바쁜 시즌에만 사람을 일시로 고용한다.)  둘째는 훈련이 잘된 사냥개 덕분이다. 똑똑한 개 한 마리가 몇 사람분의 노동을 군소리 없이 해낸단다.    

어쨌든 호주 시골길에선 이런 일이 흔한지라, 'Give way to Stock'이란 교통 표지판도 도로 곳곳에 서있다. 동물 떼가 지나가거든 길을 양보하라는 뜻이다. 때로는 소나 염소 말등이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도 차를 한쪽 모퉁이에 세우고 이들이 천천히 무사히 다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눈이 마주친 주인장과 몇 마디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피차 바쁜 게 없는 동네인지라 서로 잘 몰라도 만남 김에 인사라도 나누는 거다. 농장에 비가 많이 왔는지, 풀은 잘 자라는지, 그래서 양들이 뜯어먹을 것들이 충분한지 묻고 듣는다. 날씨는 평범하면서도 흥미로운 최고의 화젯거리이다.   


지역신문을 뒤적이다가 Stock Market 기사를 보고 좀 당황했다. 제목만 보고 주식을 얘기하겠거니 했는데 목축 시장 얘기가 아닌가. 840킬로의 암소가 1킬로당 152센트로 쳐서 1,276 달러에 팔렸다는 둥 나름대로 목장주들에게 중요한 정보와 뉴스가 실려있었다. '스톡'은 주식이란 뜻도 있지만 목축하는 짐승의 무리를 일컫기도 한다. 그리므로 이 동네에서 말하는 스톡마켓이란 주식을 거래하는 금융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나 양 떼를 사고파는 목축 시장을 얘기하는 것이다. 세상은 참 다양하다.  (2009/09/0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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