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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Sep 14. 2021

호주 시골, '편지'는 어떻게 받을까?

사람 사이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는?

호주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인적 없는 국도에 세워진 우체통을 종종 보게 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집 한 채 없는데, 누구를 위한 우체통일까?     


깊고 깊은 두메산골에 사는 이들이 행여 우편배달부가 집까지 오는 것이 힘들까 봐 우체통을 대로(?)에 세워 둔 것이다. 엄밀히는, 우체부 아저씨가 일일이 집 앞까지 배달을 하다 보면 몇 집 못 가서 업무 시간이 끝나버릴 것이기 때문이고.   

상황 1. 

남편 : "여보, 우체통에 좀 다녀올게." (차에 시동을 걸어 20킬로를 달려 자기 집 우체통에 이른 뒤) 

'음... 전기 요금 고지서가 왔군' (차를 돌려 다시 20킬로를 달려 집에 온 뒤) 

"여보, 내일 전기세 내러 읍내에 가야겠어."   


상황 2. 

엄마 : (10대 딸에게) "얘야, 우체통에 가서 편지 좀 가져와라." 

딸 : (말안장에 올라타며) 네, 엄마...(따가닥.. 따가닥...)   

코미디 같지만 이곳의 일상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만큼 더 깊은 곳에 사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대로변에 우체통 세우기를 포기하고 그냥 마을 중심에 있는 우체국에 사서함을 개설한다. 그래서인지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도 작은 규모의 우체국이 하나씩은 꼭 있다.     

농장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사는 이들은 이웃이 십리 밖에 있다. 외롭고 무서울 것도 같은데 오히려 멀리서 이웃집 지붕이 보이면 너무 가까운 듯해 불편하단다. 서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삶의 방식에 따라 개인 차가 큰 듯하다. 

이들은 저마다 산 하나씩 차지하고 그곳에 자기만의 세상을 지어나가며 사는 것 같다. 수년에 걸쳐 제 손으로 집을 짓고 자식을 낳아 번성하며 목축을 하고 농사도 지으며. 그리고 이곳의 이런 삶이 너무 좋아 편지 한 통 받으러 20 킬로 달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2009/12/31 씀)       


깡촌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무면허 운전을 종종 시작한다. 물론 불법이지만 사유 농장 안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초등학생이 집에서 자기 농장 대문까지 운전을 한 뒤 차를 주차하고 스쿨버스로 갈아타고 등교를 한다. 하굣길엔 다시 스쿨버스에서 내려 대문 옆에 주차해 뒀던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농장이고 허허벌판이니 낡은 차를 끌고 혼자 그냥 직진하는 것이다. 날씨가 좋거나 감당할 만한 거리이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기도 한다. 참, 농장 안엔 가족 전용 주유소도 흔하게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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