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May 15. 2022

스타트업과 법

 초기부터 너무 리스크에 집중하면 성장을 경험하지도 못할 수 있다.

'타다'는 170만 명의 이용자를 모았지만, 법적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1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외국의 '우버'는 되고 한국의 '타다'는 안되는가? 스타트업은 법적 규제를 어떻게 대하고 다뤄야 하는가.


서울창업허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인 사업가부터 크게 성장하는 기업까지 수백명의 창업가와 사장님들을 만났다. 창업가들의 성장과 고난을 수년간 지켜본 나만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스타트업의 법적규제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1. '타다 베이직’은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나.  


'타다'의 문제는 '타다'가 택시인가? 아닌가? 에서 시작되었다. ‘타다'가 택시의 일종이라면 택시면허가 없으니 불법이고, '운전자가 포함된 렌터카 영업'이라면 합법이었다.


즉, 당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은 면허가 없는 자의 유상운송을 전면 금지했지만,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대여하는 경우 '운전자가 포함된 차'를 대여할 수 있었다.


다만, '타다' 서비스의 이용자가 늘어가자 택시업계의 반발은 나날이 거세졌고, 결국 국회에서 택시업계의 손을 들면서 '타다 베이직’과 같이 <운전자가 포함된 단기렌트>는 불가능해졌다.


(참고로, 현재 ‘타다 베이직’은 종료되었지만, 최근 ‘타다’는 택시면허 제도 내에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2. Why 해외의 '우버'는 되고, 한국의 '타다'는 안되는가.  


그러나, 법적 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해외의 '우버'나 국내의 '에어비앤비'와 같이 불법성을 극복하고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회사가 성장하고 이용자나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는 경우, 규제가 완화되거나 법이 우호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왜 한국의 '타다'는 안되고, 해외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가능했을까?   


'우버'는 택시 면허제도와,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의 인허가 제도와 정면 충돌한다. 이 차이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키워드는 바로 ‘상생’이다.


내가 미국에서 '우버'를 처음 경험한 후에, 현지에서 한 택시기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우버' 때문에 승객이 많이 줄었나요?라고 묻자,

미국의 택시기사는 "우리는 어차피 외국인들 위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조금 영향은 있지만 큰 타격은 없다"고 말했었다.


즉, 내가 체류했던 미국 서부에서는 내국인들이 애초에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차량공유가 시장을 확장하였을 뿐 기존 택시의 영업권을 완전히 잠탈하지는 않았다. 반면, 한국은 택시가 내국인들의 주요 시내 운송수단이었으며, 이미 승객보다 택시가 넘칠 때가 많은 포화상태의 시장이었다. 안그래도 박한 수익과 경쟁을 견디고 있던 한국의 택시 종사자들은, 면허 총량의 규제를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우버'와 '타다'에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이다. 호텔업계가 약간의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호텔 종사자의 생계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으며, 작은 여인숙들은 오히려 에어비앤비 플랫폼 내에 입점하여 매출을 키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 '타다'는 택시와 완전히 중복되는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했지만,  해외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기존 종사자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생 모델로 존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3. 창업자는 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버'나 '에어비앤비' 창업자가 법적 문제 때문에 사업을 포기했다면,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 아닌가.  


'타다'의 사례를 보면 사업에 있어서 법적 문제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창업자들을 수년간 자문하면서 점점 확고해지는 생각은 창업자가 법을 너무 무서워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초기 창업에서 사실 가장 큰 리스크는, 법적 문제가 아니라 <매출이나 가입자가 없는 것>이다.


나는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적 문서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언젠가 내 기억에 가장 완벽한 서류를 만들어 드렸던 (아마 이보다 더 잘만들 수 없다고 확신했던) 회사가 누구보다 먼저 사업을 포기하고 사라졌을 때 그 허무함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회사의 미래의 법적, 사업적 리스크를 헷지했으나, 그런 미래가 오기도 전에 가입자 또는 매출이 없어 회사가 사라지는 것은 예상치 못했었다.


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초기부터 너무 리스크에 집중하면 성장을 경험하지도 못할 수 있다.


어려운 길의 끝에 블루오션이 있다.


사실, <진정한 창업가 정신>은 '기존의 법의 틀' 안에 안착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다.


법률이란 '영원불변의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구성원 다수의 약속’이기 때문에, 법률이 규제하는 가치보다 사회에 더 큰 베네핏을 발생시키고 기존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법률도 판결도 충분히 바뀔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
1. 스타트업에서 법적규제가 치명적일 수 있다.
2. 그러나, 법적 규제가 있다고 해서 항상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3. 법이 규제하는 사회적 가치보다 사회에 더 큰 가치를 발생시키고 기존 산업과 '상생'한다면, 규제는 극복할 수 있다.
4. 창업자는 법은 존중해야 하지만, 너무 법을 무서워해서도 안된다.


<창업자 자문이야기>

1. 창업해? 말아? (brunch.co.kr)

2. 동업을 해도 될까요? (brunch.co.kr)

3. 창업의 첫 발, 사업자등록 (brunch.co.kr)

4. 개인사업자가 좋은가? 법인이 좋은가? (brunch.co.kr)

5. 직원을 뽑아도 될까요? (brunch.co.kr)

6. 창업자가 알아야 할 노동법 (brunch.co.kr)

7. 스타트업과 법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