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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Jun 17. 2024

낮은음 자리표

17. 어둠 속

지수는 생각한다.

이들은 천주天主를 믿는 사람들이다.

조선의  천주교는 처음 지식층에서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으로 종교 아닌 학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784년 이승훈이 중국에서 첫 번째로 세례를 받고 돌아옴으로써 신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천주교는 당시 정치사회이념인 유교에 대치된다 하여 심한 박해를 받았었다.

그것도 백 년 이상의 가혹한 박해를.

그렇다면 자신이 있는 지금은 어느 시점일까?

이들은 지금 어디로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인가?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는 지금까지 이상한 꿈을 꾸었던 것인가?

지수는 자신이 낮은음 자리표의 지수인지

이 시대의 가배상궁 최씨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두렵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궁금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의 의지 같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의 이끌림이다. 지금도 지수는 그분의 인도하심만을 믿고 나아 갈 뿐이다.


앞서가던 홍서방은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 어느 초가집 앞에 멈춰 선다.

"거기 순희냐?"

밖에 인기척을 듣고 나오는 여인에게 홍서방이 말을 건넨다.

"예. 어르신. 방금 예배가 끝났습니다."

홍서방과 대화하면서도 순희는 홍서방 뒤의 우리 일행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궁에서 지 테레시아님이 오셨다고 말씀드리거라."

순희가 들어가고 잠시 후에 누군가가 나온다.

"오! 지 테레시아님 오랜만이십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어둠 속에서 들리는 그의 말은 어눌하지만 온화하고 힘이 있다.

지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 숙원 지씨는 쓰고 있던 장옷을 벗으며 말한다.

"탁덕(鐸德;신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궁에 들어간 후엔 밖에 나오는 것이 쉽지가 않아 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방 안에그의 얼굴을 대면한 지수는 놀란다.

그는 한복을 입고 있으나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다.

그의 파란 눈과 수염은 마치 현대 우리가 교회에서 흔히 보는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

간단히 지수는 방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이어 숙원 지씨의 부탁으로 가배차를 준비하러 간다.

"마마님 저를 따라오세요."

순희는 지수를 작은 부엌으로 안내한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처음의 경계의 눈빛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뀐 순희는 지수를 바라보며 신이 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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