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주하는 용기
Intro
지지난주 금요일과 지난주 화요일과 금요일, 최종 면접을 세번이나 치렀다.
3-4주간 리쿠르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서류를 통과해 면접까지 진행하며 새로운 포지션에 도전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설렘도 잠시, 지난 6년간 선택해 온 여러 갈래의 커리어를 스스로 100% 마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무 전환 과정에 앞서 내가 어떤 커리어 패스를 그리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불확실한 미래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온 에너지를 최대치로 쓰며 지원했지만 동시에 감정적으로 기력을 소진하고 있었다.
과부하가 온 이유는 정서적으로 지쳐있었다. 하지만 이걸 극복할 수 있던 첫번째 이유는 정서적 과부하를 인정핶디 때문이다. 더 이상 과부하와 싸우지 않아도 됐다.생각이 많다는 건 오히려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마음이 소용돌이칠 때,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서 억지로 잔잔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지켜보고 가라앉을 때까지 느끼고 또 걸었다.
둘째, 창조성과 독립성, 주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드디어 마주했다. 내 커리어 패스를 똑바로 바로 보니 UX 기획 → 커뮤니티 매니저 → 비즈니스 마케팅 → 글로벌 세일즈까지 경험했다. 면접이라는 상황에서 그 동안 나조차도 잘 몰랐던 질문을 받고 답변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찾느라 어느 순간부터 "텃번째 회사에서 환경 때문에 퇴사했다면 내게 중요했던 UX 직무로 돌아가는 선택은 왜 안 했을까?" 같은 질문들에 정면 대응했다. 상대를 설득될 수 있도록 대답하는 과정이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험까지 수반했다.
셋째, 모든 면접관 분들이 피드백을 주셨다. 아니 정확해 말하자면 피드포워드였다. 한 면접에서 그다음 면접으로 넘어갈 때 보완하면 좋을 부분들을 짚어주며 가볍게 터치했다.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 부스러기로 과자의 집을 갔듯이, 나는 그 조언을 힌트 삼아 내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고 다음 면접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가와 미래 계획 등으로 과부하에 걸렸던 마음을 차츰차츰 정리해나갈 수 있었다.
면접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에너지를 쓰면서도 내 커리어를 깊게 들여다볼 시간이 되어주었다. 이건 인생에서도 중요한 과정이다.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으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나도 날 모르겠다“고 외쳐대던, 그동안 걸어온 길을 마주하기 보다 새로운 것들을 잔뜩 시도하는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선택지를 억지로 이어 붙이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밟아온 디딤돌을 딛고 내게 필요한 내러티브를 빚어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타이밍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커리어의 끝이 어찌 되었든, 할 수 있는 만큼 물불 가리지 않고 방향키를 재설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의식 중에 내리는 결정도 많은데, 이러한 결단을 내릴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 지의 '기준'이다. 그 기준에는 '두려움의 선택'과 '사랑의 선택'이 두 종류가 있다.
< 질문력: 변화를 이끌어내는 질문의 힘> 카와다 신세이 지음, 한은미 옮김. 2017. 토트
Outro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참 많다. 그래서 알아가는 게 즐겁다. 가끔 나를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 부정성의 고리를 끊어낼 힘도 내 안에 다 있다. 결국에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옆으로 갔다 좌충우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더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방향으로 삼았다.
어렵게 얻어낸 몰입과 집중, 스스로를 마주하는 깊은 시간을 통해 더 '나답게' 지내고 싶다. 지금 당장의 면접과 채용을 넘어서 나만의 패스path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완벽하게 잘 닦여진 길route이 아니라, 틈도 좀 벌어져 있고 불완전하지만 호기심이 일렁이며 함께 걸어가고 싶은 그런 길way.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