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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Sep 29. 2024

마을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움직임

집집마다 사라지는 물건들

  대나무골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놀이터는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은 '경로당'이라고도 불린다. 이 마을 주민 90%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턴가 마을회관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나가 아직 치매는 안 걸렸는디, 참말로 이상하단 말여"

"뭣이 그리 이상하당가요?"

"어저끼 경로당에 오기 전에 빨래를 마당에 널고 왔는디 저녁에 가니께 빨랫줄이 텅 비었지 뭐여"

"참내, 아줌니가 뭔가 착각한 거 아녀요? 널어놓은 빨래가 발 달려서 도망갈리는 없지 말여요"

"아니 글씨, 내가 말을 안혔는디 어저끼만 그런 게 아니라 실은 며칠 전에도 빨래가 없어져가지고 아이고 내  기억이 이상허다 생각하고 지나갔지 뭐여. 근데 어저끼 또 그런 일이 생겼당게."

"그러믄 아줌니가 이장헌티 이야기혀서 방송이라도 혀 달라고 하소"

"에구머니나, 무신 큰일을 당할라고 동네방네 떠벌린당가?"


   다음 날에도 마을회관이 술렁였다. 아침 일찍 회관에 출석한 상식아저씨는 빨래를 잃어버렸던 금순할매가 오자  아랫집 어르신을 재촉했다.

 "아줌니, 말 좀 혀 봐요! 저짝 아랫집 아줌니도 어저끼 손을 탔다지 뭐요."

"뭔 손을 탔다요?"

"부엌살림이 하나씩 없어졌대요. 그간 아줌니처럼 내가 착각혔겄지 허고 감추고 있었다지 뭐요. 근디 어저끼 마을회관에 있다가 집에 가서 물을 끓여 먹으려고 그릇을 찾는디 물 끓이는 주전자며 쟁반이며 죄다 없어졌다나 봐요"

"이건 필시 절도범이 도는 게 분명허당게요."

"이 마을 사람들 사는 게 뻔헌디 누가 절도를 한 단말여.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에구 그럼 이방인이 다녀갔다 말인가?"

"내 생각도 그러니께 이건 이장헌티 즉시로 말혀서 절도범을 잡아야 혀요.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게 말여요"

경로당 회원 중 젤 나이가 젊은 70대 상식이 아저씨가 집안에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데리고 이장에게로 갔다.


 대나무골 마을 현재 이장은 유일하게 부모님 봉양을 위해 마을에 남아 농업을 가업으로 상속받은 60대 김병수라는 사람이다. 병수는 62년생으로 지방대학을 졸업했으나 아들을 의지하던 부모님을 뿌리치지 못하고 농사일을 도와주다 결국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병수 아버지는 평생 소작농으로 농부의 삶을 살았는데 겨우 환갑을 넘기고서 중풍으로 몸져눕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수발을 받으면서도 입으로 아들을 조정하여 농사일을 해내게 하였다. 하지만 병수는 운 좋게도 병든 아버지와 아버지만 의지하며 지내시던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대학교에서 만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아내가 옆에 없었더라면 병수는 이 마을에서 병든 부모님을 모실 수 없었을 거라며 아내에게 끔찍이 고마워하고 있다.

 병수 아내는 병수의 훤칠한 외모와 부드러운 성품에 반하여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좇아다니다 병수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전공과 관련하여 부푼 꿈이 있었던 병수 아내 순화는 병수를 만나면서 모든 그녀의 꿈과 희망을 병수에게 던져버렸다. 병수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꿈과 희망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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