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아이린 Oct 01. 2024

우는 아이와 자존감

시 주황색 우산

 학교 수업에서 '양육과정에서 감정 코칭' 과정을 들었다. 자녀를 둔 주위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유용한 과목이다. 또 내가 어릴 때 어떻게 컸으며 그 영향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내면에는 우는 아이가 있다. 강의를 듣고 보니, 그 우는 아이는 내 감정이었다. 만약 내가 슬펐다면, 슬픔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은 아이를 대하듯 다루어야 한다. 감정은 원하는 것을 들어 달라고 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도, 어떤 위치에 있어도 그 어린아이는 항상 존재한다.

'그래, 그랬구나. 너는 항상 그대로구나.'


 감정은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다. 자존감은 인생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무기라 할 수 있는데, 감정을 무시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예전에 나는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오래전 길에서 우는 아이를 보고 왜 우는지 물어보고 달래며 집에 데려다준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내 안에도 그렇게 우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쳤다. 이제는 내 감정을 그 우는 아이에게 대했던 것처럼 관심을 두고 돌봐줘야겠다.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바라는지 천천히 들여다본다.

'엄마를 돌보지만, 나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주황색 우산


초여름 장맛비가 그친 어느 날

우산을 들고 길을 가는데

작고 예쁜 꼬마 아이가 울고 있었다

- 왜 울어?

- 아아아아 길을 잃어버렸어요

- 그래? 언니가 찾아줄게 같이 가자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 손엔

주황색 우산이 들려 있었다

하늘 위 먹구름이 우리 위로 움직이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 큰 우산을 씌어주며 손을 잡고

- 집이 어디야? 데려다줄게

울음이 잦아든 아이는

- 저쪽이요

가려던 길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 아, 그래 울지 마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왜 여기까지 혼자 왔어?

유치원 친구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나를 만난 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십여 분 정도 가니 골목길에 누가 서 있다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에

- 휴우, 잘 됐다 다행이야

이야기를 듣고 고맙다는 아이 엄마와 손 흔드는

꼬마 친구를 뒤로하고 내 길로 다시 왔다


길을 잃어 얼마나 놀랐을까

지금도 주황색 우산은

그때 그 아이가 헤어질

환하게 웃어주던 미소를 데려온다








작가의 이전글 파리가 다가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