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날의 불빛
햇살이 내리쬐는 나무 옆에서
새들이 하늘을 쪼아댄다
둘레길 한편에 서 있는
가지들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진달래 꽃망울
모래 바람 지나가는 봄을
밝히는 분홍 촛대들
꽃샘추위를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시린 등을 비추는데
아빠와 손잡고 나온 꼬마 아이
까르르 웃음소리
꽃 이름 알려주는 목소리가
오솔길을 깨운다
땅바닥에 하나 둘 떨어진
붉은 촛농들
마음에 불을 지핀다
일상을 걷다가 발견하는 시적인 순간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