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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달리는 소리

by 책읽는아이린

낮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랐다. 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공원에 갔더니, 작년 가을 튤립 알뿌리를 심어 놓은 곳에 새순이 올라왔다. 조금 있으면 대가 올라오고 줄기와 잎이 생기고 꽃도 피겠지. 어떤 꽃들이 고개를 내밀지 궁금해진다. 하루하루 커 가며 무슨 소리를 내는지 들어봐야겠다.

봄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으며 달리기를 했다. 연분홍빛 향기가 스친다. 그 날은 한 편의 시였다.



봄이 달리는 소리


벚꽃이 내리는 날 봄이 달린다

동호회 회원들과 준비운동을 끝내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인 발걸음이 나를 이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흰 캡모자를 눌러쓴 봄

마주 뛰어오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속력을 내 본다

오르막길이다 내딛는 걸음이 무거워진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데 시원한 봄바람이 내 등을 밀어준다

저 너머 언덕을 내려가면 튤립꽃밭이 있지

두 주먹이 힘을 준다

함께 뛰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저 앞을 가고 있다

어서 오라며 뒤돌아보는 한 뜀박지기,

무릎의 뻐근함이 지나간다

머리 위로 벚꽃잎이 하늘하늘 날린다

한 손으로 꽃잎을 잡았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어, 정말?

내 소원은 말야...

길 한 켠에 서 있던 휠체어가 속력을 내며 다가온다

웅크리고 있던 할머니도 달리게 하는 봄

내 소원도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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