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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섬 Mar 19. 2021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기까지.

몇 년 전, 봄이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배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혹시 체했나? 하는 생각에 소화제를 얼른 먹었다. 조금 진정시킨 뒤 다시 문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이전보다 땀이 더 흐르고 순식간에 속이 울렁거려서 구토를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병가를 내고 급히 내과로 진료를 보러 갔다. 식은땀은 계속 흐르고 겨우 몸을 이끌고 아침부터 일어났던 증상에 대해 말했다. 속이 불편해서 그런 줄 알고 위를 편하게 하는 약 위주로 처방을 받고 그 날 하루는 죽을 먹고 누워있었다. 하필 그때 가장 바빴을 시기라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불편한 채로 천장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다행히 속은 편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을 떠서 천장을 바라보는데 천장이 뱅글뱅글 돌았다. 이상했다. 처음 겪는 증상이었고 내가 도는 건가? 천장이 도는 건가?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았다. 감았다 뜨면 예전처럼 괜찮아질 거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는데 여전히 내가 돌든, 천장이 돌든. 뭐든 돌고 있었다.

아침이라 공복 상태인데 체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지? 나는 건강염려증이 심한 사람이라 실눈을 뜬 채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아침에 어지러운 증상', '뱅뱅 도는 현상',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


여러 답변 속에 이석증이라는 증상과 유사해서 대충 준비하고 어지러운 상태에서 또 꾸역꾸역 이비인후과에 갔다. 어제에 이어서 또 출근을 하지 못했다. 미안함도 미안함이지만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해내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무책임해 보였고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속상했다. 나는 아마추어가 아닌데!


이석증 검사를 위해 이상한 고글 안경을 쓰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검사 결과 이석증이 맞았고,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냐고 물었다. '뭐야..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냉소적인 마음과 함께 건조한 대답을 했다.

"그냥 누구나 다 받는 업무 스트레스죠 뭐."


이석증은 따로 약도 없고 완치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 병명과 함께 내일은 꼭 출근하겠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회사에 말하고 다시 누웠다. 업무에 뒤쳐진 건 아닌지, 내 업무를 다른 팀원이 하는 게 너무 속상했고 인생 최고 민폐라고 생각했다.

아픈걸 아프다고 마음 편히 이야기하지 못했고 아픔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죄책감이 더 컸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에도 출근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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