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야마'가 뭐냐구?"

'스트레이트' 강을 건너며...

by Spero

눈을 잃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수습기자 시절 시절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었다.


"그래서 야마가 뭐냐구?"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식민의 잔재는 언론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마와리, 나와바리, 하리꼬미, 우라까이, 반까이,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지긋지긋한 단어 '야마'.

방송 현장에서 쓰는 일본 속어인 '야마'는 핵심을 뜻한다.

본래 뜻은 '산'인데, 평평한 부분이 돌출된 부분, 눈에 확 뜨이는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한다.

입사 초기 이 말 뜻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 하던 내게 선배는 이렇게 다그쳤다.


"아, 그래서 눈깔이 뭐냐구?"


'야마'는 '눈알', 화룡점정을 의미한다.

'야마'는 단신에서는 리드, 리포트에서는 앵커멘트를 통해 드러난다.

'야마' 없는 단신은 기사가 아니다.

오디세우스에게 눈을 찔린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는 거기서 끝난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으니까.

'야마'가 한 개 이상이면 기사가 아니다.

장황하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복잡하면 단신이 아니다.

거듭 강조한다.

단순하게 쓸 것!

수습기자가 쓴 복잡한 단신과 이를 데스킹한 단순한 단신의 차이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1 - 구로공단에 불]


Before

(리드1) 서울 구로공단(안에 있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나 1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반 만에 꺼졌습니다.

(리드2) 오늘 새벽 6시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구로 1공단 안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 제작회사인 삼화플라콘 공장에서 불이 나 5백여 평을 태우고 한 시간 반 만에 꺼졌습니다.

(개요) 불이나자 소방차 20여 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공장 안에 있던 인화성이 강한 플라스틱 제품이 불에 타면서 내뿜는 독한 연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접근이 어려워 진화가 늦었습니다.

(원인) 경찰은 오늘 불이 가동 중이던 콤프레샤가 과열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이 회사 대표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첨삭 포인트)

-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다.

- 리드가 중복되고 있다. 리드1로 끝내고 리드2는 사건 개요로 돌려야 한다.

- 개요가 아니라 스케치를 썼다. 단신에 적절치 않다. 단신 아닌 리포트 기사를 쓸 때 스케치로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다.

- 원인 설명이 장황하다.


After

(리드) 구로공단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나 1억여 원의 피해를 냈습니다.

(개요) 오늘 새벽 6시쯤 서울 구로 1공단에 있는 삼화플라콘 공장에서 불이 나 건물 5백여평을 태우고 한 시간 반만에 꺼졌습니다.

(원인) 경찰은 콤프레셔가 과열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장 스케치) (불이나자) 소방차 20여 대가 출동해 불을 껐으나 플라스틱 원료가 타면서 내뿜는 연기 때문에 (불을 끄는데)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례2-여고생 극단적 선택]


Before

(리드) (평소) 성적이 나쁜 것을 비관해 오던 여고생이 한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개요) 서울 시흥본동에 사는 여고 3학년 오 모 양이 어제 낮 12시 쯤 마포대교 남단 한강고수부지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원인) 경찰은 숨진 오 양이 평소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을 몹시 고민해왔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오 양이 성적 부진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첨삭포인트)

- 리드가 너무 단정적이다.

- 사건사고 개요를 쓸 때는 시간, 장소의 순으로 쓴 뒤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킨다. 주어와 서술어는 가까이 위치할수록 의미 전달이 명확해진다.

- 원인 서술이 너무 길다. '몹시'라는 표현은 주관적이다. '자살'이란 단어는 방송에서 쓰지 않는다. (아래 자살보도권고기준 참고)


After

(리드) 한강에서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개요) 어제 낮 12시 쯤 서울 마포대교 남단 한강변에서 여고 3학년인 18살 오 모 양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원인) 숨진 오 양의 가족은 오 양이 평소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해왔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참고]

*자살보도권고기준 3.0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한국자살예방센터 2018.7.31.)

1. 기사 제목에‘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

4.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2)


[사례3 - 택시요금 인상]


Before

(리드) 내일 새벽 4시부터 서울시내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현재보다 800원 오른 3천 8원으로 조정됩니다.

(개요1) 서울시는 "7만2천대 서울 택시 미터기에 새로운 요금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 달가량

걸린“다며 "당분간 미터기가 조정되지 않은 택시를 탔을 때는 중형택시의 경우 기본요금 인상분 800원,대형택시는 5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요2)다만 심야시간대 시계외요금과 거리요금 적용은 미터기 조정 이후에 반영됩니다.


(첨삭 포인트)

- 리드를 함축적으로 쓸 것. 언제부터 얼마나 오르느냐를 간단명료하게 써야 한다.

- 개요가 장황하다.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기가 어렵게 썼다.


After

(리드)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부터 3,800원으로 오릅니다.
(개요1) 서울시는 16일 오전 4시부터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800원 오르고 심야할증요금도 3,600원에서 4,600원으로 천 원 오른다고 밝혔습니다.
(개요2) 다만 미터기 조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주행요금 인상분은 내지 않아도 됩니다.

아래 제시한 세 건의 사례는 학생들이 직접 쓴 단신을 첨삭한 것이다.


[사례4 - 절도범 수갑 찬 채 도주]


Before

(리드) 25일 오후 4시쯤 경기 의정부시에서 조사를 받고 의정부교도소로 호송 중이던 20대 피의자 A씨가 수갑을 찬 채 도주했습니다.

(개요1) A씨는 저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으나 1심 재판에 지속적으로 출석하지 않아 25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다른 범죄 혐의로도 경찰에 체포돼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었습니다.

(개요2) 관계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의정부교도소 입감 전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이송차량에서 내린 틈을 타 교도소 정문으로 도주했습니다.

(개요3) 현재 A씨를 검거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 150여 명이 투입됐으며 경찰과 검찰은 A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첨삭 포인트)

- 리드를 더욱 간결하게! 시간 장소보다 중요한 사건 자체(탈주)에 포커싱한다.

- ‘탈주’ 상황이 ‘탈주범’ 상황보다 더 중요하다. 따라서 (개요1)은 마지막으로 돌려야 함

- 중문과 복문으로 이어지는 문장은 과감하게 단문으로 쓸 것!

- A씨 등과 같은 표현은 방송기사체에서는 0모씨로 바꿔써야 함.


After

(리드)교도소로 호송되던 20대 절도범이 수갑을 찬 채 도주했습니다.

(개요)어제 오후 4시 쯤 경기 의정부시 000에서 의정부교도소로 호송 중이던 20대 피의자 0씨가 도주했습니다.

(원인)경찰에 따르면 0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린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례5 - 입시 앞둔 수험생 실신]


Before

(리드)오늘 아침 7시 쯤, 한 기숙형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고등학교 3학년 김 모양이 쓰러져 119가 출동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개요1)아침 식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김 모양이 갑자기 쓰러진 것입니다.

이 모습을 목격한 김 모양의 친구들이 재빨리 쓰러지는 김 모양을 안아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등의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개요2)이후 친구들이 사감 선생님께 말씀드려 119에 신고한 덕분에 김 모양은 빠르게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원인)김 모양이 쓰러진 날은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이 시작되는 날로, 김 모양이 쓰러진 이유는 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하게 밤을 새워 공부한 탓이었습니다. 다행히 누적된 피로 외에 김 모양이 아픈 곳은 없었습니다.

(추가)학교 선생님들은 이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생들에게 수면 시간과 공부 시간을 적절히 지켜 공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덧붙여 지속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일정 시간 이후 기숙사의 불을 강제 소등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첨삭 포인트)

- 리드의 핵심은 쓰러진 김양이지 119가 아님.

- 리드를 뒷받침하는 개요 문장이 지나치게 설명적임.

- 쓰러진 원인에 대한 부분이 주관적 서술임

- 단문으로 쓰고, 취재를 통한 객관적 기사 작성 필요!


After

(리드)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중간고사 당일 급식 도중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개요) 오늘 오전 7시쯤 000(장소) 기숙형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3학년 김 모양이 쓰러졌습니다.

(원인)김양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샘 공부를 하는 등 시험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례6 - 재난지원금 신청]


Before

지난 13일 화천읍사무소에서 오전부터 긴 대기열이 늘어섰습니다.

5차 국민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 날, 선불카드와 지역상품권을 수령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인 겁니다.

몰려든 인파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하고 돌아간 주민들도 여럿이었습니다.

읍사무소 관계자는 “첫 날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을 예상해 임시로 천막을 준비해놨다”면서 “지금부터 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차 재난지원금은 국민 88%에 1인당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온라닝과 오프라인을 통해 10월 29일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첨삭포인트)

-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스케치성 현장리포트에 더 가까움

- 스트레이트 기사는 스케치 묘사가 아닌 팩트를 넣어야 함

- 원인이 필요없는 스케치성 단신이지만 벌어진 상황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책을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함.

- 팩트는 구체적 수치, 관계자의 멘트 등을 인용해 기사 작성


After

(리드) 제 5차 재난지원금 신청 첫 날 접수 창구가 붐벼 큰 혼잡을 빚었습니다.

(개요) 강원도 화천읍의 경우, 접수 첫날인 어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평균 대기시간이 서너 시간에 이르렀습니다.

(대책)화천읍 관계자는 신청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임시천막을 설치하는 등 사전준비를 했으나 주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추가)국민 88%에 25만원씩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은 다음달 29일까지 신청하면 됩니다.


오디세우스와 함께 하는 저널리즘 항해


단신에서 리드가 써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취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가 부실하면 핵심을 짚지 못한다.

핵심 없는 단신은 눈을 잃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같다.

폴리페모스의 눈알을 확실하게 찔렀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스트레이트의 강을 건너 리포트, 피처스토리의 바다로 이어지는 저널리즘 대항해를 시작하도록 하자.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두려워 말지어다. 오디세우스가 함께 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