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자, 그러니까저..선생님 말을 종합해 보면은 누가 갑자기 게임을 하면 수백억을 준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키고 그래서 걸리면 막 쏴 죽이더라. 그런데 선생님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오게 됐고, 그 사람들 얼굴도 모르고,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이거 맞죠?
기훈 ; 예.
경찰 ; 저...성함이?
기훈 ; 저 여기 쌍문동 사는 성기훈인데요.
경찰 ; 성기훈씨, 저 혹시 보호자 있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저희가 의료기관 쪽에 연락을 해드릴 수도 있는데요.
기훈 ; 나 여기 세금 내고 사는 쌍문동 주민이야! 사람 어떻게 보고..(명함 꺼내며) 이게 그놈들이 준 명함이니까 여기로 전화해보면 될 거 아니야!
출처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위 상황을 취재한 학생 수습기자가 쓴 스트레이트를 보자.
살인게임에 연루되었다 나온 사람이 사태의 심각성을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쌍문동에 거주하는 성기훈(47)씨는 금전적 고난에 시달리던 와중 수백억의 상금을 주겠다는 게임 측 제안에 넘어가 게임에 참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성씨는 게임 측이 참가자들에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켰고 게임에서 탈락하면 가면을 쓴 자들이 참가자들에게 총기 난사해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성씨는 게임 측에서 받은 명함을 제출했으나 해당 명함 번호로는 일반 시민이 전화를 받았고, 게임장의 위치 또한 마취를 당해 이동했기에 알 수 없다고 진술하여 수사가 원만히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제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더 이상 수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저 스트레이트를 쓰기 위한 두 가지 대전제,
1. 육하원칙(5W1H)에 의거한 팩트를 제대로 취재했는가?
-언제(When)? 없다.
-어디서(Where)? 구체적이지 않다.
-누가(Who)? 성기훈
-무엇을(What)? 살인게임
-어떻게(How)? 총기난사를 통해
-왜(Why)? 횡설수설로 분명치 않음.
2. 짧게 썼는가?
-리드는 간단하게 쓴 데 비해 이어지는 후속 문장들은 전체적으로 길다.
스트레이트 기사 기사 작성법(리드-개요-원인)에 따라 위 단신을 고쳐쓰기 해보자.
먼저 리드를 쓴다.
리드는 가능한 쩗게, 한 문장만 읽어도 사건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함축적으로 쓴다.
위 학생 수습기자의 리드는 비교적 간단 명료하게 잘 썼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리드만 읽고서는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리드에는 핵심적인 사안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제보자 성기훈 씨 진술을 토대로 "2백명이 넘게 사망한" 팩트가 들어가야 사태의 심각성이 전달된다.
둘째, 개요를 쓴다.
사건 개요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문장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한 문장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녹여넣을 필요는 없다.'
두 문장으로 나눠 써도 된다.
위 학생은 제보 내용을 토대로 개요를 "~진술했습니다", "~주장했습니다" 두 문장으로 나눠 쓰고 있다.
하지만 단문 아닌 중문 형식의 개요 설명으로 인해 장황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셋째, 원인을 쓴다.
제보의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결론은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이같은 사안을 감안해 고쳐쓰기를 해보자.
리드
살인게임에 참가했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시민이 2백여명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개요
쌍문동에 사는 성모씨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수 백 억이 걸린 살인게임 현장에서
2백여명이 살해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인
성씨는 가면을 쓴 이상한 사람들이 참가자들을 운동장에 몰아 넣은 뒤
게임에서 지면 무차별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장황하게 보이는 파출소 상황 싼은 이렇게 리드-개요-원인 세 단락 스트레이트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경찰 입장을 전할 경우 아래와 같은 추가 문장을 통해 밝히면 된다.
경찰 입장
경찰은 성씨가 사건 발생 장소조차 구체적으로 기억 하지 못하는 등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학생 수습기자가 쓴 단신과 이를 고쳐 쓴 스트레이트를 비교해보자.
[Before]
‘총기살인으로 인해 200명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제보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쯤 쌍문동 경찰서에,
200명의 사람들이 총기살인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쌍문동에 살고 있는 제보자 성모씨에 따르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살인 게임을 진행하며 게임에 이길 경우엔 상금을,
질 경우엔 즉시 그 자리에서 죽게 되어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없고 제보자 말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사건 조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종 신고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정확한 조사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After]
돈이 필요해 살인게임에 참가했다가 탈출한 시민이 2백여명이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했다며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쌍문동에 사는 성모씨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수 백 억이 걸린 살인게임 현장에서
2백여명이 살해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성씨는 가면을 쓴 이상한 사람들이 참가자들을 운동장에 몰아 넣은 뒤 게임에서 지면 무차별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성씨가 사건 발생 장소조차 구체적으로 기억 하지 못하는 등 횡설수설해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은 팩트라는 퍼즐 조각을 가지고 진실이라는 그림을 완성해가는 작업이다. 팩트만 챙겼다고 모든 진실이 확인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진실이 사실 뒤에 가려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진실을 놓고 양쪽이 서로 다른 사실을 말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는 팩트 하나를 얻기 위해 경찰서, 소방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돌고, 확인된 팩트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크로스 체크를 하고, 기사를 쓰고, 데스킹(기사 요건을 갖추고 제대로 쓴 기사인가를 검증하는 작업)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시청자들에게 '뉴스'라는 상품으로 내놓는다. 시청자들은 기자가 얼굴을 내미는 리포트에 익숙하지만 수습기자 과정에서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 훈련 과정은 필수적이다. 리포트에는 기자의 얼굴이 나오지만 스트레이트엔 그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바이 라인)이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이름도 없었다. 박종철 군 고문 치사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1987년 1월 15일 자 중앙일보 5단 기사에도 기자의 이름은 없었다. 이 기사를 누가 썼는지 독자들은 알 수가 없는 시절이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에의 열정', 그것이 바로 스트레이트를 이끄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