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개입하는 앵커의 시선

뉴스 앵커 II

by Spero

앵커는 앵무새가 아니다


전통적인 방송 뉴스프로그램의 형식은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다. 땡~하는 시보와 함께 타이틀이 돌고 긴장감을 높이는 헤드라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앵커로 카메라 팬 또는 디졸브, 앵커의 오프닝멘트에 이어 본격적으로 앵커멘트가 전해진다. 이후 뉴스 프로그램은 천편일률적 진행으로 큰 변화 없이 날씨가 나올 때까지 앵커멘트-기자 리포트-앵커멘트-기자 리포트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된다. 최근 앵커멘트 후 기자의 리포트가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리포트 전달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앵커 리포트가 그중 하나다. 뉴스 전달자로서의 앵커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의 리포트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앵커 스스로 해당 사안에 대한 설명을 주도적으로 참여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의 리포트를 함축적으로 앵커멘트만 전달하는 방식에서 뉴스 프로그램 속에서 리포터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31861


[앵커의 눈] 존엄사법 1년…“죽음은 당하는 게 아니라 맞이하는 거예요” (KBS 20190203)

[앵커]

2010년 1월 10일.

한 죽음이 있었습니다.

[2010년 1월 10일 9시 뉴스 :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인공호흡기를 뗐던 김 할머니가 오늘 별세했습니다."]

이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진 고민, 바로 '품위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2월 4일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습니다.

내일(4일)이 시행 딱 1년입니다.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이고, 평소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뜻을 남겼다면,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뜻을 알기 힘든 경우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3만 5천여 명입니다.

한 해 사망자가 3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존엄사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연명치료 중단으로 달라진 죽음에 대한 인식,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 정도 길이의 앵커멘트면 거의 짧은 리포트 수준이다.

단순히 과거 뉴스를 소환하는 리드멘트로 그치지 않고, 존엄사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고, 현재 연명치료 중단 통계라는 팩트를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앵커멘트에 이어 기자의 리포트에서 소화할 내용들이다. 이어지는 기자 리포트를 보자.


[리포트]

61살 강남수 씨는 대장암 말기입니다.

진단받은 지 이제 한 달,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가만있어, 먹여 줄게."]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의료진은 이미 시한부 판정을 했습니다.

오늘 강 씨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의미 없는 치료는 받지 말자, 연명 의료 계획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김선영/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하고 인공호흡기는 제가 일단 안 하시는 걸로 그렇게 설명을 드렸고 환자분도 동의하시는 거고요. (네.) 항암제는 일단은 저희가 유보를 해놓겠습니다."]

앞으로 강 씨는 의학적 임종 단계에 접어들어도, 생을 연장하는 치료는 받지 않습니다.

의외로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가족과 함께 맞겠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강남수/대장암 말기 환자 : "주위에 힘들게 연명하시다가 돌아가신 것 보고 '아, 그럴 필요 없겠다'. 가족이나 환자나 그래도 덜 고통스러울 때 편안하게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그런 결심을 했죠."]

100여 차례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던 최 모 씨.

지난해 말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는데, 생전에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연명치료를 중단시킬 수 없었습니다.

[윤OO/최 씨 아내 : "중환자실에 올라가자마자 가망이 없다고. 내가 근데 왜 저렇게 붙들고 있느냐고 (그랬죠). (의사들이) 숨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으면 자기네 의무를 다해야 된대요."]

연명치료 기간 동안 장기가 썩고 전신 욕창이 생겼습니다.

[윤OO/최 씨 아내 : "모든 장기가 다 나가버리고 약만 투여하고 나중에는 몸도 그렇게 돼가는데 사람 진짜 너무 보기가 안타깝더라고요."]

무의미한 연명의 고통을 지켜본 가족들은 스스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썼습니다.

[최OO/딸 : "내가 저렇게 누워있다고 하면 난 제발 나 좀 놔달라고 할 거 같아요. 죽음에 대한 그런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계기 없이 자발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심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들한테 이제 좀 부담을 나중에 주게 될까 봐. (아, 자녀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4남매를 둔 팔순 부부는 자녀들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김순자/서울 도봉구 : "이건 자식들이 권유를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죠?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그냥 이렇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김선영/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실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드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 1년.

죽음은 당하는 게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다,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앵커맨트의 문제 제기에 이은 기자의 실제 사례 리포트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뒤 또다시 앵커가 등장한다.


[앵커멘트]

어떻게 보셨습니까.

무거운 주제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다음 달 28일부터는 연명치료 중단이 더 쉬워집니다.

지금까진 본인의 뜻을 모를 경우, 배우자와 직계 가족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배우자, 부모, 자녀만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중단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도 확대됩니다.

앞으로는 수혈이나 혈압약 투여,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사용도 멈출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연명치료 중단이 너무 쉬워지는 거 아니냐, 우려도 나옵니다.

환자 가족이 상속이나 보험금, 돌봄 부담 때문에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 1년 동안 연명치료 중단 3건 중 1건이 환자가 아닌 가족이 선택했습니다.

절차가 완화되는 만큼 감시와 감독이 더 꼼꼼해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방송뉴스 프로그램의 앵커 역할의 확장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리포터를 통하지 않고 앵커가 직접 취재, 보도하는 방식도 보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YTN의 <뉴스 라이브>에서 다룬 내용이다.

[YTN 뉴스 라이브] 대법·헌재, '최고 법원' 힘겨루기 (2022072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상위기관인지 명확하지가 않은 두 사법기관의 자존심 싸움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재소장인데요.

쟁점은 바로 한정위헌입니다.

이 충돌의 배경은 GS칼텍스의 세금 사건입니다.

2004년에 GS칼텍스는 조세감면 규제법은 1993년에 전면 개정돼서 이 법의 부칙 23조가 효력을 잃었는데 이것을 적용해서 700억 원의 세금을 매긴 것이 부당하다면서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이 사건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걸 다 설명하면 너무 길어서 이거는 생략하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2008년에 대법원이 법이 개정됐더라도 부칙 23조는 효력이 남아 있다면서 세금 내라 판결했습니다.

2009년에 GS칼텍스는 부칙 23조 인정한 것은 위헌이다라면서 헌법에 어긋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고 2012년에 헌법재판소가 부칙 23조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한정 위헌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이 한정 위헌이 쟁점입니다.

잠시 뒤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2012년에 GS칼텍스는 이 헌재의 판결에 근거해서 법원에 다시 재판을 해 달라라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헌재 판단을 사실상 무시한 것입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같은 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면서 헌재에 헌법소원을 다시 냈습니다.

그리고 2022년 7월 21일, 바로 어제 9년 만에 헌재가 한정 위헌도 위헌이다라면서 대법원 판결은 취소한다라고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 한정 위헌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일까요.

위헌은 말 그대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입니다.

이걸 결정하는 건 헌재의 고유 권한이죠. 이 건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정 위헌은 법률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원의 방식이 헌법에 어긋났다고 헌재가 내린 결정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해서 한정 위헌이라는 말은 헌법이나 법률에도 없는 용어다.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한 권한이다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헌재는 한정 위헌도 위헌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어겼는지 판단할 권한은 헌재에 있다.

그래서 위헌 결정을 부인한 재판 판결은 취소돼야 한다라고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헌재의 판결 취소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 재판은 4 심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헌재의 하급기관이 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 취소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사실상 100%입니다.

그러나 헌재는 한정 위헌 결정에 따라서 판결을 취소할 수 있고 이에 근거해서 당사자는 재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지금 대법원은 헌재가 25년 만인 지난 6월 말에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 결정을 25년 만에 한 건을 내렸었습니다.

그리고 22일 만에 어제 또다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 뭔가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최고 법원의 지위를 둘러싼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이자 신경전 양상인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재판 당사자들은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https://youtu.be/PTuL0GLpOl8

위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률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법원과 헌재 사이의 사법적 갈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분 30초 안팎의 리포트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뒤따른다. 따라서 2개의 리포트를 합친 것보다도 더 긴 시간을 할애해 스튜디오에서 앵커가 직접 시청자들에게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앵커 리포트인 셈이다. 최근에는 ‘앵커 브리핑’, ‘앵커의 시선’ 등등의 타이틀을 달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앵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대목과 관련해서는 찬반양론이 함께 한다. 뉴스 프레젠터로서의 앵커는 전달자 입장에 머물러야만 한다는 객관적 시각의 중요성과 뉴스의 맥락을 짚어주는 역할자로서의 앵커는 그날 뉴스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 주관적 시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 시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을 때, 그리고 그 영향력이 막대할 때, 어느 선까지 멘트를 날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날것으로 전달하는 것과 해설을 통해 맥락을 짚어 주는 역할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