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열 가지

인터뷰 II

by Spero

5천 명 인터뷰를 통해 배운 노하우


34년 동안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동안 인터뷰를 얼마나 했을까?

리포트에 담을 인터뷰의 경우, 매주 두 세명 정도로 환산할 경우, 매월 열 명, 1년이면 120명, 10년이면 1,200명이라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현장 취재기자로 지내지 않은 시간을 감안해도 줄잡아 3천 명 안팎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앵커 롤을 하면서 매일 만난 인터뷰이를 포함하면 적어도 5천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그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깨달은 '인터뷰, 이렇게 해라'가 아닌 '인터뷰할 때, 이런 것 하지 마라'의 열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① 즉흥적으로 질문하지 말 것

사전 질문지에 의거해 차례차례 질문한다. 꼭 얻고 싶은 답변이 있더라도 즉흥적 질문으로 하지 말고 약속된 질문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원하는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터뷰어가 즉흥적으로 질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인터뷰이 또한 즉흥적으로 답하기 쉽다. 인터뷰는 생각 끝에 나오는 말이다.

② 긴장하지 말 것

인터뷰어가 긴장하면 인터뷰이가 긴장한다. 긴장한 사람으로부터 정리된 답변을 기대하기 힘들다. 목소리가 떨리면 신뢰가 떨어진다. 마이크와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인터뷰이는 한동안 인터뷰 주제와 무관한 대화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③ 잘난 체하지 말 것

잘난 체하는 사람 앞에서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질문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면 답변자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인터뷰이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사람 앞에서 입을 열지, 잘난 체하는 사람 앞에서는 침묵한다.


④ 설렁설렁 듣지 말 것

‘어떻게 인터뷰를 할 것인가’에서 언급 헸듯 경청해야 한다. 비지시적 카운슬링 창시자인 칼 로저스는 상대가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청하면 상대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부분까지 기억해 낸다. 마음을 열고 잊었던 기억들을 하나 둘 풀어내기 시작한다.

⑤ 헷갈리는 질문을 하지 말 것

질문이 헷갈리면 답변도 헷갈린다. 헷갈리는 질문으로는 핵심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다. 개방형 질문을 할 때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 개방형 질문 후 폐쇄형으로 가는 방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스타일의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은 뒤 "그렇다면 두 후보 중 누가 더 그 답변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⑥ 어렵게 질문하지 말 것

쉽게 질문할 것. 난해한 질문은 난해한 답변을 낳는다.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스펠드는 이라크 테러리즘과 연계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알려진, 알려진 것(known knowns)'이 있다. 우리가 그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unknowns)'도 있다. 우리가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unknown unknowns)'도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이다.”

[원문]

Reports that say that something hasn't happened are always interesting to me, because as we know, there are known knowns; there are things we know we know. We also know there are known unknowns; that is to say we know there are some things we do not know. But there are also unknown unknowns—the ones we don't know we don't know. And if one looks throughout the history of our country and other free countries, it is the latter category that tends to be the difficult ones.


⑦ 목소리 깔지 말 것

목소리를 깔면 엄숙해진다. 엄숙해지면 부자연스러워진다. 엄숙주의는 솔직 담백하게 가는 지름길을 가로막는 가시덩굴로 가득한 우회도로다. 목소리 깔며 엄숙한 분위기 만들 시간에 중요한 질문 하나 더 하는 것이 낫다. 남성 인터뷰이보다 여성 인터뷰이를 대할 때 좀 더 명심해야 할 항목이다.


⑧ 개인적 의견 내지 말 것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요...”라며 하는 질문은 인터뷰이의 공식의견을 가로막는 멍청한 질문 방식이다. 공인을 상대로 인터뷰할 경우 절대 금물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질문하는 순간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끌려가는 빌미를 주게 된다. 인터뷰이는 인터뷰이를 리드해야 한다.

⑨ 취조하듯 묻지 말 것

인터뷰이는 피의자가 아니다. 취조하듯 묻는 순간 입을 닫는다. 주종 또는 상하 관계로 진행하는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니다. 사각 테이블 앞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때론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필기하는 모습은 인터뷰이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을 자물통으로 채우는 행위와 다름없다.

⑩ 시선을 돌리지 말 것

인터뷰 진행 도중 항상 인터뷰이로부터 눈을 떼지 말 것. 인터뷰어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인터뷰이의 마음이 닫힌다. 눈은 보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보여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이렇게 열 가지 하지 말 것을 통해 깨달은 프로필 인터뷰 열 가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프로필 인터뷰 열 가지 팁


① 나는 인터뷰이에 대해 90% 조사를 끝냈다

② 하지만 90% 조사 이미지에 함몰돼 있지 않다

③ 10%가 90%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④ 답변 속에서 질문을 찾는다

⑤ 나의 질문에 그(녀)가 공감하면 답이 나온다

⑥ 디테일을 묻고 또 묻는다

⑦ 곡사포(개방형) 질문과 직사포(폐쇄형) 질문을 병행한다

⑧ 인터뷰 과정에서 ‘제목’이 나오면 성공이다

⑨ 믿음이 있으면 설명이 불필요하고

⑩ 믿음이 없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마지막 두 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믿음에 대한 정의를 현장에서 만난 인터뷰이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